1997년 광명시와 첫 인연…“자족도시로 가야, ‘사람 중심’ 정치”
이재명 대통령이 꾸린 KDLC의 상임대표…최근 중앙정치 입문
인접 도시 ‘서울 편입론’에 맞서…“지금이 서울보다 훨씬 낫다”
“지역 실정 잘 아는 지자체가 현장 관리·감독”…법령 개정 추진
정치입문은 말 그대로 ‘운명’이었습니다. 시민단체와 지방의회에서 활동하다 우연히 1997년 경기 광명시와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곳에서 두 차례 인생 기점을 맞습니다. 광명시의원 선거에서 낙선했던 그는 부인의 부탁대로 정치를 그만두기로 마음먹습니다. 이때 정치인생의 스승으로 삼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목도합니다. 서울시청 광장에서 노제를 지내고 돌아오다가 지하철 안에서 재도전을 결심했습니다. 일종의 전환점입니다.

“지역사회를 바꾸려면 의회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쉽게 의지가 꺾였다는 자괴감이 들더군요.”
재선 시장인 박승원 광명시장의 이야기입니다. 그가 시장이 된 사연도 남다릅니다. 시장 당선은 두 번째 전환점입니다.
“시의원으로 일하던 시절,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는데 (치매로 길을 잃어버리신) 노모를 모시고 가라고 했어요. 그런데 당시 어머님께서 아들을 시의원이 아닌 시장으로 지칭했다고 합니다. 시의원을 잘 모르시니까 시장이라고 하셨던 것 같아요. 이런 에피소드를 언급하면서 어머님 덕분에 (내가) 시장이 된 것 같다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박 시장은 취임 2년 차인 2023년 시민과 힘을 모아 서울시의 기피시설인 구로 차량기지의 광명 이전을 막아냈습니다. 오랜 반대 운동 끝에 기획재정부가 나서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사실상 백지화 결론을 냈죠.
같은 해 11월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6개 시의 서울 편입론이 공론화되자 가장 먼저 반대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당시 그는 “광명시는 지금이 서울보다 훨씬 낫다. 경기도에 남겠다”며 자족도시론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이런 박 시장은 민선 7·8기를 거치며 ‘가치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지방정부가 탄소 중립과 순환, 사회적경제, 평생교육, 자치분권 등을 체계화하고 시민이 그중 하나만이라도 자기 것으로 삼는다면 큰 힘이 될 것이란 평소 소신을 실천한 겁니다.
“시민의 힘을 모아 새로운 변화를 향해 도전하겠다”고 선언한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누구나 체감하는 도시의 변화를 꿈꾸며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 중심”을 외치는 박 시장은 ‘인본주의자’로 불릴 만합니다.
◆ “시민안전·민생경제·기본사회, 정부와 동행…안전관리 중요”
“지역 실정을 가장 잘 아는 지방정부가 현장을 관리·감독해야 합니다.”
최근 광명시청 집무실에서 마주한 박 시장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대형 공사 현장의 인명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의 재난·안전관리 권한 확대가 정답이라는 뜻입니다. 박 시장은 “현재 광명시에선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재개발·재건축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동시에 추진돼 안전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광명시에선 신안산선 공사 현장 붕괴와 광명∼서울고속도로 감전사고가 잇따라 일어나며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상태입니다. 하지만 현행법은 지자체가 발주하거나 허가한 공사가 아니면 점검 권한을 갖거나 구체적 조사결과를 받아보지 못하게 했습니다. 법령에 따른 사고조사위에도 지자체 전문위원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박 시장은 “중앙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법령 개정을 건의하고 시민사회와 공론화 토론회, 정책 간담회 등을 열어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안전관리 법령이 완전하지 않아 시민 의견에 귀 기울여 대책을 세우는 게 맞다. 안전도시 지방정부협의회도 구성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가 안전관리에 접목한 ‘시민참여’와 ‘지방분권’은 시정을 책임진 2018년 7월 이후 시의 모든 정책에 핵심 가치로 반영됐습니다.
이는 ‘지속 가능한 선순환 도시’로 요약됩니다. 최근 소하동 아파트 화재 당시 꾸려진 시민대책위 역시 자원봉사, 성금 모금, 정책 제안 등의 역할을 맡으며 ‘시민이 시민을 돕는 재난대응협치모델’을 확립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박 시장은 “모든 정책을 시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지속 가능성”이라며 “시민사회와 민간단체, 행정 등이 유기적으로 연대해 공동체 회복을 실현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기후 예산제 도입과 기후에너지센터 설립, 협동조합 중심의 14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등 탄소중립 정책과 도시 구조를 바꾸는 도시재생, 청년과 미래세대를 위한 맞춤형 정책 등에 그대로 투영됐습니다. 자치분권, 평생학습, 사회적경제, 정원도시 구축도 ‘사람 중심’ 기반 위에 마련된 것들입니다.
반면 바쁜 일상에 쫓기는 그는 과거 즐기던 조기 축구도 접고 간단한 산책으로 건강을 챙기고 있다고 했습니다.

◆ 국정과제 실무추진단 가동…與 위원장으로 중앙정치 입문
“주권자로서 어떻게 살아갈 거냐, 이 도시에선 그것이 우선 (정립)돼야 하고 주권자 시민이 무엇을 하자고 했을 때 무시하지 않고 들어줄 수 있는 힘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야 시민주권 정부가 되는 거고 국민주권 정부가 되는 건데 그동안 그렇게 하지 않았잖아요. 이런 기본적인 가치를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미래에도) 길은 이렇게 열릴지 저렇게 열릴지 모르는데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가장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있겠죠.”
그는 차세대 정치 리더라고 불릴 만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꾸린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의 상임대표로 일하는 박 시장은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위원장에 선임됐습니다. 박 시장은 새 정부에서 시·군 단체장 가운데 처음으로 여당 위원장에 이름을 올렸고, 중앙당 자치분권정책협의회 간사로도 임명돼 당 대표인 정청래 의장과 함께 활동하게 됐습니다.
참좋은지방정부위는 최고위 직속 기구입니다. 지방정부의 혁신과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고 실천 방안을 마련하는 등 핵심 역할을 수행합니다. 박 시장은 “막중한 소임을 맡게 돼 영광스러우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자치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의 중앙 정치무대 입문은 낯설지 않은 ‘데칼코마니’처럼 보입니다. KDLC는 민주당의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출신 모임으로 주목해야 할 곳입니다. 이른바 성남라인·7인회 등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을 만든 그룹인 신명그룹 중 핵심으로 꼽힙니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입니다. 온화한 성품의 그는 서울 강동구에서 구의원과 구청장을 역임한 뒤 말단에서부터 정치를 배우며 점차 체급을 키웠습니다.
이 의원 역시 KDLC에서 공동대표를 지냈습니다. 중앙정치 활동 이후에는 당대표·대선캠프 비서실장 등을 거치며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립니다 .
KDLC는 이 대통령의 정치적 성장을 도운 탄탄한 기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대통령과 KDLC에서 인연을 맺은 여권 정치인들은 야당 시절부터 당을 떠받치는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논산시장 출신 민주당 최고위원인 황명선 의원, 수원시장·경기도부지사 출신 염태영 의원 등도 이곳을 거치며 몸집을 키웠습니다. 이들은 모두 지방정치와 중앙정치의 가교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박 시장은 최근 이재명 정부와 동행을 위한 ‘국정과제 실무추진단’을 가동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123개 국정과제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민생경제·시민안전·탄소중립·기본사회 등 기존 8개 분과에 미래산업 유치와 K콘텐츠·아레나 유치의 2개 분과를 신설했습니다. 판교 테크노밸리를 벤치마킹해 2조3000억원대 생산유발 효과를 노리는 광명시흥테크노밸리와 제2의 예술의 전당을 꿈꾸는 K팝 아레나 유치는 시의 발전 동력으로 삼았죠.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본주의 사회가 사실은 환상과 욕망을 키워주는 거잖아요. 환상과 욕망을 키우면서 계속 끌고 가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만 심화시키지 않습니까. 그래서 기본적인 가치 속에서 끊임없이 뭔가 시정을 펼쳐 나가고 나중에 저런 걸 가지고 국가가 운영될 수 있는 기본적인 틀을 갖춰야 한다고 저는 보는 거예요.”
그러면서 박 시장은 “시민의 힘으로 정책이 만들어지고 시민의 지혜로 도시의 방향이 결정되는 광명시의 변화를 앞으로도 시민들과 이어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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