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최고 명예 훈장 '레지옹 도뇌르' 수상
작년 8월 18일 향년 88세 프랑스 자택서 타계

프랑스를 대표했던 배우이자 세기의 미남으로 불렸던 배우 알랭 들롱(Alain Delon)의 1주기가 돌아왔다.
알랭 들롱은 지난 2024년 8월 18일 향년 88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1935년 프랑스 교외 소(Sceaux) 출생인 알랭 들롱은 군계일학 격의 비주얼과 연기력으로 프랑스 영화계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그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불우한 가정 환경에서 자라 반항적인 청소년기를 보낸 평범한 청년이었다.
술집 웨이터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오던 그는 친구와 놀러간 칸 영화제에서 프로듀서의 눈에 띄며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그의 데뷔작은 1957년 영화 '여자가 다가올 때'이며, 이후 르네 클레망 감독의 '태양은 가득히'(1960)에서 가난한 청년 역을 맡으며 스타덤에 올랐다.
태어날 때부터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그였지만, '태양은 가득히'는 특히 알랭 들롱의 가장 빛나던 젊은 시절이 담긴 영화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작품이다.

구릿빛 몸매로 배의 원목 조타기를 돌리는 모습과 자켓을 어깨에 걸치고 시장을 거니는 그의 모습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장면 중 하나다.
이외에도 그는 영화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1966) '고독'(1967) '조로'(1975) 등에서 푸른 눈으로 카리스마 있는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프랑스 대표 배우로 자리 잡았다.
프랑스 영화의 황금기를 장식했던 알랭 들롱은 1991년 프랑스 정부가 사회적 변화를 이끈 인물에게 수여하는 최고 명예 훈장 '레지옹 도뇌르(la Légion d’honneur)'를 수상하기도 했다.
50여 년이 넘는 배우 생활 동안 총 90편의 영화에 출연한 그는 1995년 제4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명예황금곰상, 2012년 제65회 로카르노 영화제 평생공로상, 2017년 트란실바니아 국제영화제 평생공로상, 2019년 칸 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러다 그는 2019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았고, 재산을 정리한 뒤 스위스에서 요양 생활을 보내다 별세했다.
당시 AFP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들롱의 가족들은 "알랭 들롱이 프랑스 자택에서 세 자녀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프랑스 배우로 잘 알려진 그는 사실 1999년 스위스 국적을 취득한 프랑스와 스위스의 이중국적자이기도 하다.
이는 법적으로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그의 뜻이 담긴 결정으로, 그는 "안락사는 가장 논리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특정 나이, 특정 시점부터 우리는 병원이나 생명유지 장치를 거치지 않고 조용히 떠날 권리가 있다"고 생전 안락사를 찬성하는 입장을 밝혀온 바 있다.
프랑스는 아직 안락사가 허용되지 않으며 그가 수술 후 스위스에서 노년 생활을 보낸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한, 그는 "(루보는) 내 인생의 마지막 개. 그를 아이처럼 사랑한다"며 자신이 사망하면 키우던 반려견 '루보'를 안락사해 사유지에 함께 묻어주길 바란다는 소원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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