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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시장 점유율→파산 위기”…이 회사가 망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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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17 05:00:00 수정 : 2025-08-17 05:18:41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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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년 역사의 코닥, 존속 위기 직면…“부채 갚을 돈 없다”

한 세기 넘게 전 세계 사진 산업을 이끌었던 ‘카메라·필름의 대명사’ 이스트먼 코닥이 심각한 재정난에 빠지며 존속 위기에 몰렸다.

 

회사 측이 공식적으로 “부채 상환 능력이 없다”고 밝히면서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적 브랜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재정 위기라기보다는 디지털 전환 실패, 경영 전략 부재의 축적된 결과다. 연합뉴스

17일 코닥이 발표한 2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약 5억달러(약 6897억원)의 부채 상환을 위한 확정된 자금 조달이나 가용 유동성이 없다”며 “이 같은 상황은 회사의 계속기업(going concern)으로서의 존속 가능성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코닥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퇴직연금 지급을 중단할 계획이다. 주요 제품인 카메라·잉크·필름을 대부분 미국 내에서 제조하고 있어 관세 변화에 따른 사업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짐 콘티넨자 최고경영자(CEO)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2분기 동안 장기 전략에 대한 실행을 지속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 코닥 대변인은 “장기 대출금을 일부 상환했고, 남은 부채와 우선주 관련 의무도 조정·연장·재융자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여지를 남겼다.

 

◆디지털 시대 희생양으로 전락한 ‘필름 제국’

 

코닥은 1892년 법인 설립 이후 130년 넘는 역사를 이어온 카메라·필름 제조업체다. 그 기원은 1879년, 창립자 조지 이스트먼이 ‘플레이트 코팅 기계’ 특허를 취득한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스트먼은 1888년, 일반 대중도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코닥 카메라’를 25달러에 출시하며 사진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당시 내건 슬로건은 “You press the button, we do the rest(당신이 버튼만 누르면, 나머지는 우리가 한다)”였다.

 

‘코닥(Kodak)’이라는 브랜드명은 특별한 의미 없이 이스트먼이 선호했던 강렬하고 단순한 인상의 ‘K’에서 착안해 만든 이름이다. 이후 코닥은 20세기 내내 사진 시장을 지배하며 황금기를 누렸다. 1970년대 코닥은 미국 필름 시장의 90%, 카메라 시장의 85%를 점유했다.

 

이러한 전성기는 1975년 코닥이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한 순간부터 아이러니하게도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 디지털 기술을 가장 먼저 선보였음에도 기존 필름 사업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코닥의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았다.

 

결국 2012년 코닥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당시 부채는 67억5000만달러(약 9조3100억원)에 달했다.

 

◆전문가들 “단순한 자금난 아닌 전략 실패의 결과”

 

전문가들은 단순한 재정 위기라기보다는 디지털 전환 실패와 경영 전략 부재의 축적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회생에 실패한다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기술 기업의 상징적인 퇴장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한 경영학 전문가는 “코닥은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했지만 정작 자신이 만든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다”며 “기존 수익모델에 대한 집착이 혁신을 가로막은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이 아닌 회사 스스로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로 인해 투자자와 채권자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자금 조달 환경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코닥은 여전히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일부 기술 자산, 틈새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어떻게 사업화하느냐에 따라 재기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만약 이번에도 회생에 실패한다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기술 기업의 상징적인 퇴장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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