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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일본 호위함 선택…한국 방산에 드리운 ‘자동화’ 과제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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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17 09:00:00 수정 : 2025-08-15 17:27:13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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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방위산업 시장 ‘후발주자’인 일본이 대규모 수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호주 정부가 신형 호위함을 일본에서 도입할 뜻을 밝히면서다.

 

일본이 만든 모가미급 호위함이 항해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호주 정부는 지난 5일 호주 해군의 차세대 일반 목적 프리깃(GPF)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모가미급 호위함 개량형을 선정했다.

 

호주는 111억 호주달러(약 10조원)를 투입해 노후 호위함 11척을 신형으로 바꿀 방침이다.

 

11척 중 3척은 일본에서 만들고 8척은 호주에서 건조할 예정이다. 일본의 호위함 판매는 처음이며, 완성품 무기 수출도 필리핀에 레이더를 판매했던 것에 이어 두 번째다.

 

호주를 포함해 세계 각국에 다수의 군함을 수출했던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 스페인·한국 업체를 제친 결과다.

 

특히 독일과 스페인은 각각 앤잭급 호위함과 호바트급 구축함을 호주 해군에 이미 납품한 이력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일본에 밀려났다.

 

해외에서 완제품 무기 판매 경험이 거의 없는 일본이 단숨에 선진국 시장을 뚫고 거액의 수주에 성공한 것은 해상자위대에서의 운용을 통한 검증, 높은 수준의 기술력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한국 방위산업이 선진국 전투함 시장을 뚫기 위해선 첨단 기술 고도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이 만든 모가미급 호위함이 항구에 입항하고 있다. 호주 국방부 제공

◆자동화 성능이 경쟁 우위

 

이번 발표로 일본은 2014년 무기수출 3원칙 완화 이후 최대 규모 함정 수출 성과를 거뒀다. 호주의 수요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일본이 수출하려는 함정은 최신 호위함으로 해상자위대가 쓰는 모가미급(5500t)을 호주 실정에 맞게 개량한 것이다.

 

모가미급은 최고속도 30노트(시속 55㎞) 이상이며, 승조원은 90명이다.

 

승조원 규모는 호주 해군이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도입해 운용 중인 독일산 앤잭급 호위함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 해군 대구급 호위함 및 모가미급의 최종 경쟁상대였던 TKMS의 메코(MEKO) A200 호위함보다 30명 정도 적은 규모다. 높은 수준의 자동화 기술이 적용된 결과다.

 

인력 부족에 직면한 호주 해군으로선 함내 자동화 수준이 높은 모가미급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호주 해군 안작급 호위함이 항구에 입항하기 위해 해안에 근접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아사히신문은 “모가미급 호위함은 독일 함정보다 승무원이 30명 정도 적다”며 “호주 해군도 인력이 부족해 이 점이 (함정 판매의) 최대 무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시되는 신속한 납기도 일본에 강점으로 작용했다.

 

호주는 중국 해군의 팽창에 대응해 2030년 전까지 초기 전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일본은 이미 모가미급 호위함을 연간 2척 이상 건조하고 있어 독일보다 선도함 납기가 빠르다.

 

이는 호주 해군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당초 호주 해군은 영국 26형 호위함을 토대로 헌터급 구축함을 건조, 방공 및 장거리 타격력을 확충하려고 했다.

 

하지만 중량이 당초 예상보다 20%를 초과했고, 전기가 부족해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추진체계 중에서 전력을 어디에 우선적으로 공급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정도다.

 

일본 해상자위대 모가미급 호위함이 항구에 머물고 있다. 해상자위대 제공

건조비도 기존 계획보다 크게 초과해 한국 해군 정조대왕급 이지스함보다 더 비싸졌다. 초도함 취역도 2027년에서 2032년으로 연기된 상태다.

 

결국 헌터급 구축함 건조 수량은 9척에서 6척으로 축소됐고, 헌터급으로 앤잭급 호위함을 대체한다는 계획도 사라졌다. 전투함 노후화로 인한 전력 약화가 지속될 우려가 높아진 셈이다. 이를 호주형 모가미급 호위함으로 메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호주로서는 단기간에 해군 현대화를 가속하고, 오커스(AUKUS) 핵추진잠수함 전력화 전까지 해군 전력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호주형 모가미급은 일본형과 비교할 때, 수직발사기가 16개에서 32개로 늘어난다. 이를 통해 대공미사일을 최대 128발까지 탑재할 수 있다.

 

승조원은 일본형보다 약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호주 해군이 요구하는 장비를 탑재하면서 운용인원이 일부 추가될 수 있다. 배수량도 소폭 증가할 전망이다.

 

레이더와 전투체계, 대함미사일은 일본산 대신 호주 또는 미국산이 쓰일 전망이다.

 

면적이 매우 넓고 남극 및 열대 지방과 인접한 호주 해역의 특성을 반영해 항속거리는 1만8000㎞로 확대된다.

 

지난해 4월 24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이순신방위산업전(YIDEX)에서 참석자들이 한화오션 부스에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모형과 울산급 배치-III 호위함,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 등을 둘러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고온다습한 환경과 남극 해역 운용에 대비해 장비를 보강하고 선체의 안전성과 내파성을 향상할 예정이다.

 

이번 수주로 일본은 호주와의 해양안보 연계를 강화할 기반도 마련했다. 글로벌 방위산업 시장에서 신뢰도를 높여서 추가 수출을 진행할 동력도 확보했다는 평가다.

 

호주는 전력 증강 외에도 자국 조선업 발전이라는 산업적 이익도 얻게 된다.

 

일각에선 호주의 결정이 순조롭게 집행될 것인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한다. 일본 조선소는 해상자위대를 위한 함정만 건조해 왔다. 방위산업 관련 수출 경험도 부족해서 프로그램을 차질 없이 완료할 능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호주도 과거 해군 함정 건조 과정에서 비용 및 납기 초과, 품질 저하 등의 상당한 논란을 겪은 바 있다. 미국·일본산 장비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리스크가 발생할 위험도 있다. 

 

◆한국도 함내 자동화 등 서둘러야

 

호주가 모가미급 호위함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한국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고성능 첨단 전투함을 확보하지 않으면, 전투력 유지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밀려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태를 방지하면서 자동화·무인화 수준을 높이고 운용자들의 부담을 낮추며, 군함을 대형화하는 등의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지난해 9월 25일부터 27일까지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에서 한화시스템의 수상함 통합 전투체계와 잠수함 전투체계가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승조원 숫자를 줄이고 자동화·무인화 기술을 더 많이 적용하면, 군함의 크기는 더욱 커진다. 기술과 장비를 탑재할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승조원이 173명인 앤잭급은 배수량이 3700t이지만, 승조원이 90명으로 자동화 기술이 대폭 적용된 모가미급은 5500t에 달한다.

 

함교와 전투정보실이 분리되어 있던 기존 전투함보다 발전된 모습도 등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도입한 이탈리아산 타온 디 레벨급 원양초계함은 함교에 전투정보실을 통합, 항해 외에도 전투나 함선 모니터링도 할 수 있고, 증강현실로 시각화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는다.

 

한국 조선업계도 자동화 수준을 높이고, 함의 크기를 확대한 수출형 구축함을 해외 시장에 제안할 채비를 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은 지난 5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해외 시장을 겨냥한 신형 함정과 관련 기술을 선보였다. 

 

호주 해군 안작급 호위함이 미 해군 이지스구축함과 함께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HD현대중공업은 6500t급 수출형 고성능 호위함인 HDF-6000을 제안했다. 호주 차세대 호위함 사업 수주 실패의 교훈을 반영해 함을 대형화했다.

 

통합마스트를 장착하고 무인수상정과 드론 탑재공간이 있다. 드론대응체계도 탑재된다.

 

한화오션도 8200t급 구축함을 선보였다. 한국형차기구축함(KDDX)의 발전형에 속하는 신형 함정은 한국형 수직발사체계 48셀과 레이저 무기, 경사형 대함미사일, 통합마스트를 장착한다.

 

한화시스템은 수상함 지능형 전투관리체계인 ‘스마트 배틀십 솔루션’(Smart Battleship Solution)을 제시했다.

 

센서를 통제하는 것부터 미사일·함포 사격이 표적에 명중했는지를 평가하는 모든 과정에 인공지능(AI)을 적용, 운용자의 숙련도 차이에 관계 없이 일정한 업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했다.

 

항공기 조종석과 유사한 함교의 체계는 기존 함교의 운용인력(7~10명)을 2명으로 줄였다. 함교체계와 전투관리체계, 통합기관제어체계가 모두 연동된다.

 

하지만 모가미급처럼 실제 사용 경험을 축적하고 검증이 이뤄져야 세계 전투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지난 5월 28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참가자들이 HD현대중공업 부스를 찾아 최신형 호위함 등을 살펴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유럽 조선소들은 축적된 이력과 기술, 자국의 정치적 영향력을 토대로 동남아시아와 중동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튀르키예도 종교적 동질감이 있는 이슬람 국가를 중심으로 수주를 받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본까지 선진국 전투함 시장에 진입했다. 군함 수출은 한국이 일본보다 먼저 시작했지만, 선진국 전투함 시장 진입은 일본이 한 발 빨랐던 셈이다. 

 

한국 해군도 미래 전투함 프로그램에서 자동화·무인화 기술을 대폭 반영하고, 건조를 서두르는 방향으로 사업 추진 전략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해군의 사용 이력과 기술 검증이 있어야 수출 시장에서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방산 4대 강국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기존의 육군 재래식 무기 수출로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다. 부가가치가 높은 고성능 전투함과 항공기 수출이 필수다.

 

이를 위해 기업과 정부, 군, 학계가 함께 최신 기술의 개발 및 검증을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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