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인 음주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화당 지지층의 음주율이 뚝 떨어졌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유명 보수 인사들의 금주 기조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13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자료에 따르면 “와인, 맥주 등 술을 마신다”고 답한 미국 성인은 전체의 54%로 집계됐다. 이는 갤럽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1939년 이후 최저치다. 갤럽은 “‘알코올에는 안전한 섭취량이 없다’는 의료계의 메시지가 강화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18~34세 성인 중 절반은 “전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응답해 2023년(41%)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이들 중 3분의 2는 하루 1~2잔 정도의 가벼운 음주도 건강에 해롭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자들의 평균 음주량도 지난해 3.8잔에서 올해 2.8잔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정치 성향 면에선 보수 진영의 음주율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46%만이 술을 마신다고 답했다. 2023년 대비 3분의 1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 음주율은 5% 주는 데 그쳤다.
유명 보수 인사들의 공개적인 금주 선언이 공화당 지지층의 음주율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젊은 시절 알코올 중독으로 형이 숨진 뒤 술을 마시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문가들은 보수 인사들의 절주 기조가 지지자들에게 영향을 줬다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형이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한 후 금주를 선언했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부 장관은 과거 헤로인 중독을 경험한 후 마찬가지로 금주를 이어온 바 있다. 방송인 터커 칼슨, 정치 활동가 찰리 커크 등 마가(MAGA) 진영 인사들도 금주를 미덕으로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술병에도 담배처럼 음주와 암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라벨을 붙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 의무총감(최고위 의료 공무원으로 공중보건국장으로도 부른다)을 지낸 비베크 머시는 올해 초 의미 있는 제안을 했다. 맥주와 와인, 그리고 증류주 병에 알코올 소비와 암과의 관계를 명확하게 표현한 라벨을 붙이자는 내용이다. 담배갑에 '담배를 피우면 죽는다' '담배는 암을 일으킨다'라는 표시를 커다랗게 붙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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