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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덕춘, 선택 가능했다면 한국인으로 뛰었을 것”

입력 : 2025-08-12 22:20:00 수정 : 2025-08-12 21:38:42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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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1호 프로골퍼 역사 복원’ 행사

야마나카 日골프협 COO 등 참석
1941년 일본오픈 우승 기록 수정
“이름·국적 변경에 이견 없이 동의
잘못된 건 바로잡는 게 맞아” 밝혀
6·25 탓 유실된 트로피 복원 공개
“만약 선택할 수 있었다면 그는 한국인으로, 또 연덕춘(사진)으로 대회에 나섰을 것이기 때문이다.”


야마나카 히로시 일본골프협회(JGA) 최고운영책임자(COO)는 1941년 제14회 일본오픈 우승자 기록을 ‘일본인 노부하라 도쿠하루’에서 ‘한국인 연덕춘’으로 수정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한국 1호 프로 골퍼’이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창립 회원으로 초석을 다진 연덕춘은 당시 일본 최고 권위를 가진 일본오픈에 일본인으로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JGA는 지난해까지 연덕춘을 노부하라 도쿠하루로, 국적을 일본으로 남겨두고 있었다. KPGA와 JGA는 지난해 연덕춘 우승 기록을 수정하기로 뜻을 모았고,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는 해에 제80주년 광복절을 앞둔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1호 프로골프선수 고 연덕춘 역사와 전설을 복원하다’ 행사를 통해 이를 발표하게 됐다.

김원섭 KPGA 회장(오른쪽)과 야마나카 히로시 일본골프협회(JGA) 최고운영책임자(COO)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1호 프로골프선수 고 연덕춘 역사와 전설을 복원하다’ 행사에서 다시 제작된 연덕춘의 일본오픈 우승 트로피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야마나카 COO는 이 행사가 끝난 뒤 세계일보와 만나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바로잡는 것이 맞다”며 “이사회 전 경영진 회의에서 10명이 만장일치로 수정을 요청했고, 33인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동의해 결정됐을 정도로 큰 이견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침 올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해”라며 “노린 것은 아니지만 이런 경사스러운 해에 경사스러운 발표를 하게 돼 기쁘다”라고 웃었다.

야마나카 COO는 연덕춘이 가진 의미가 크다고 소개했다. 그는 “제14회 일본오픈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마지막 이벤트였고 또 제1회 일본오픈이 열렸던 요코하마 호도가야 컨트리클럽에서 개최된 의미 깊은 대회”라며 “이런 이야기를 가진 대회에서 외국인 선수가 우승했으니 연덕춘은 유명한 것을 넘어 그 이상을 상징한다”고 소개했다. 이 때문에 야마나카 COO는 연덕춘이 JGA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야마나카 COO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명예의 전당에 일본인만 이름을 올릴 수 있었지만 JGA는 올해부터 명예의 전당 헌액 자격을 외국인에게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JGA는 연덕춘 이름과 국적을 수정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을 ‘일본인 기테이 손’으로 기록해 뒀다. IOC는 “올림픽 개최 당시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어 기록 수정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에 야마나카 COO는 “본인 의지가 아닌 역사적인 상황에 따라 국적을 선택할 수밖에 없던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IOC는 난색을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JGA는 그런(개인 의지로 결정할 수 없었던) 부분을 존중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KPGA는 한국 전쟁 여파로 유실된 연덕춘의 일본오픈 우승 트로피를 복원해 공개했다. 이 트로피는 연덕춘 유품과 함께 독립기념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야마나카 COO는 “소중한 벗인 대한민국에 일본오픈 우승 트로피가 전시된다는 게 인상적”이라며 “연덕춘도 하늘에서 기뻐하고 있다면 우리 역시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웃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이 라이벌로 또 친구로 골프발전을 위해 함께 하길 바란다”며 “아시아를 이끄는 리더로서 한국과 일본이 서로 부흥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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