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군사반란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이끈 신군부 총탄에 맞아 전사한 고(故) 김오랑 중령 유족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11단독 유창훈 부장판사는 12일 김 중령의 누나인 김쾌평 씨등 유족 10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5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원고 10명에게 총 약 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 중령은 2023년 11월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에서 배우 정해인이 연기한 오진호 소령의 실제 모델이다.
1979년 당시 정병주 육군 특수전사령관 비서실장이었던 김 중령(당시 소령)은 사령관을 체포하려던 반란군에 맞섰다. 12월 13일 새벽, 특전사 내 군인 대부분이 반란군 회유에 넘어간 상황에서 김 중령은 사령관실 문을 걸어 잠그고 버티다 교전 중 가슴, 배, 등에 여섯발의 총탄을 맞고 현장에서 숨졌다.
당시 신군부는 김 중령이 선제 사격해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그의 사망을 ‘순직’으로 기록했다. 군인사법에 따르면 순직은 직무 중 사망한 것으로 적과의 전투, 무장폭동·반란 등을 방지하려다 사망한 ‘전사’와 다르다.
김 중령은 1990년 중령으로 추서되고, 2014년 보국훈장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지난 2022년이 되어서야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가 그의 사망을 순직이 아닌 전사로 바로 잡았다.
진상규명위는 반란군이 총기를 난사하면서 정 사령관을 체포하려 하자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김 중령이 응사했고, 이에 반란군이 총격해 김 중령이 피살됐다고 조사 결과를 밝혔다.
김 중령의 유족은 지난해 6월 “반란군이 김 중령의 죽음을 단순한 우발적 사고로 조작·왜곡해 허위사실로 김 중령의 사회적 가치평가를 저하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