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도 원칙도 없는 사면권 남용
취임 후 최저치 지지율로 이어져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부부와 윤미향·최강욱 전 의원 등이 포함된 8·15 특별사면안을 의결했다. 윤건영 의원·백원우 전 의원 등 친문재인계 인사들도 사면대상에 포함됐다. 조 전 대표와 윤 전 의원의 경우는 법무부 사면심사위를 통과한 이후 ‘통합’과 8·15 광복절 사면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여론이 거셌으나 이 대통령은 이를 외면했다. 취임 후 첫 사면권 행사인데 통합은 명분일 뿐 지지층이 원하는 자기 진영 인사를 챙겨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등의 혐의로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국론 분열을 촉발한 장본인이지만 ‘표적 수사’라고 항변하고 있다. 형기의 3분의 1가량밖에 채우지 않은 시점에 사면됐다. 명색이 광복절 사면인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확정판결을 받은 윤 전 의원까지 사면대상에 포함됐다. 윤 전 의원도 “무죄”라고 강변하고 있다. 뇌물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받은 야권 정치인도 일부 사면 대상에 포함해 구색을 갖췄다. 모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특사를 요청하는 텔레그램 메시지 명단에 있던 인사들이다. ‘사면 거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이번 사면에 앞서 전직 대통령과 여권 원로, 친여 성향 시민단체까지 나서 이 대통령을 압박했다. 조 전 대표의 조국혁신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맞붙을 경쟁자인데도 이 대통령은 조 전 대표를 사면했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대선 때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간접 지원했다. 그러니 이번 사면이 대선 지지에 대한 ‘보은 선물’이라는 말이 나온다. 여권 인사들은 윤 전 의원을 사면해서 명예를 회복시켜 주자고 했다. 무슨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것인가. 윤 전 의원 사면은 그의 횡령 의혹을 맨 처음 제기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모욕하는 처사다.
대통령의 사면권이 헌법에 명시돼 있다고 해서 명분도, 원칙도 없이 남용하라는 취지는 아니다. 이런 식이면 어느 범죄자가 형사사법 체계에 순응하겠나. 조 전 대표 측은 벌써 조 전 대표의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 결과를 뒤집기 위한 재심 신청을 언급하고 있다. 여권 내에는 윤석열 검찰이 기소한 진보 진영 인사들은 모두 ‘희생양’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 대통령 지지도가 56.5%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가 어제 나왔다. 이번 사면처럼 국민 정서와 어긋나는 일들이 쌓인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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