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뛰는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는 2023년 2월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투어 통산 11승을 쌓은 뒤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4년 19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은 2차례에 그쳤고 7차례 컷탈락하는 부진을 겪었다. 어느덧 나이도 40대 중반으로 접어들자 이제 한물간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 샷을 날카롭게 가다듬으며 심기일전한 로즈는 시즌 두 번째 출전 대회인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공동 3위에 올라 부진 탈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어 4월 최고 권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서 공동 2위에 올라 아직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백전노장’ 로즈가 PGA 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정상에 오르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로즈는 11일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TPC 사우스윈드(파70·7288야드)에서 열린 세인트주드 챔피언십(총상금 2000만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3개를 묶어 3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64타를 적어낸 로즈는 J J 스펀(34·미국)과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돌입했다. 두 선수는 1, 2차 연장에서 비겼고 18번 홀(파4)에서 열린 3차 연장에서 로즈가 버디를 잡으면서 긴 승부를 마무리했다. 로즈는 2년6개월 만에 통산 12승을 달성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우승 상금은 360만달러(약 50억원). 지난달 말 만 45세가 된 로즈는 이날 우승으로 2008년 비제이 싱(피지·당시 만 45세6개월)에 이어 두 번째 PGA 투어 플레이오프 대회 최고령 우승자가 됐다.


선두에 1타 뒤진 2위로 최종라운드를 맞은 로즈는 12번 홀까지 한 타를 잃으며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해 우승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14∼17번 홀에서 신들린 4개 홀 연속 버디쇼를 펼치며 단숨에 공동선두에 올라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연장전에서도 노련한 샷으로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렸다. 페덱스컵 포인트 2000점을 받은 로즈는 페덱스컵 랭킹이 지난주 25위에서 4위로 뛰어올랐다.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30·미국)는 토미 플리트우드(34·잉글랜드)와 함께 1타차 공동 3위(15언더파 265타)에 올라 페덱스컵 랭킹 1위를 굳게 지켰다. 셰플러는 이날 캐디가 집안일로 자리를 비웠지만 임시 캐디와 호흡을 맞추면서도 빼어난 성적을 냈다. PGA 투어에서 우승이 없는 선수 중 가장 많은 상금을 벌어들인 플리트우드는 16번 홀(파5)까지 단독 1위를 달렸으나 17번 홀(파4) 보기로 데뷔 첫 승을 또 눈앞에서 놓쳤다. 플리트우드는 이 대회 전까지 3136만달러(약 436억원)를 벌었다. 플리트우드는 PGA 투어 162개 대회에서 준우승 6회, 톱10 43회만 기록해 1983년 이후 우승 없이 가장 많은 톱10 성적을 냈다.

김시우(30·CJ)는 버디 3개, 보기 2개로 1타를 줄이며 공동 14위(8언더파 272타)에 올랐다. 페덱스컵 랭킹이 46위에서 41위로 오른 김시우는 50명이 나서는 플레이오프 2차전 진출을 확정했다. 하지만 30명만 살아 나가는 최종전에 진출하려면 2차전에서 순위를 대폭 끌어올려야 한다. 임성재(28·CJ)는 버디 6개와 보기 3개를 묶어 3타를 줄이며 공동 17위(7언더파273타)에 이름을 올렸다. 페덱스컵 랭킹 25위를 기록한 임성재는 2차전에서도 지금의 샷감을 잘 유지하면 7년 연속 최종전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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