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통장, 2020년 2.4조→2025년 12조
최초로 선보인 카뱅 점유율 90%
금리 인하기 대출 영업 제한 상황
KB·신한 등 시중은행 경쟁 참여
저축은행선 최소 3% 금리 내세워
9월부터 상품 본격적 출시 계획
다양한 서비스로 차별화 경쟁도
여러 명이 한 계좌에 회비를 모아 관리할 수 있는 ‘모임통장’을 두고 은행권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작한 모임통장은 시중은행에 이어 저축은행까지 뛰어들며 연 0.1%였던 금리가 3%대를 넘보고 있다. 금리 인하기에 가계대출 관리 지침으로 대출 영업마저 제한된 가운데 저원가성 예금인 모임통장이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10일 세계일보가 3개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들의 모임통장을 취합한 결과 2020년 말 530만좌에서 올해 7월 말 약 1340만좌로 늘었다. 같은 기간 모임통장 잔액도 2조4000억원에서 약 12조원으로 급증했다.
모임통장은 2018년 12월 카카오뱅크가 최초로 선보이며 공동계좌 기능뿐 아니라 모임생활을 돕는 다양한 서비스 및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90%대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2023년 토스뱅크와 케이뱅크, 시중은행이 잇따라 모임통장을 출시하며 경쟁이 가열되기 시작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모임통장은 저원가성 예금이어서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신규 고객을 쉽게 유치할 수 있어 은행들이 모두 힘을 쏟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후발주자인 시중은행들은 높은 금리를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기존에는 KB국민은행이 1000만원까지 최고 연 2%로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했다. 그러나 NH농협은행이 지난 8일 ‘NH올원모임통장’에 최대 연 2.5%를 적용하며 최고 금리 수준을 높였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의 모임통장을 비롯해 수시입출금예금(요구불예금)이 연 0.1%의 이자를 주는 것과 비교하면 꽤 높은 금리다.

시중은행 중 모임통장에 가장 적극적인 신한은행은 2022년 모임통장 서비스 ‘김총무’를 중단했다가 지난 2월 ‘SOL모임통장’으로 새롭게 출시하며 가수 겸 배우 차은우를 모델로 앞세워 공격적인 프로모션에 나섰다. ‘모임 저금통’은 다른 파킹통장(단기간 예치한 자금에 높은 금리를 주는 통장)과 달리 조건 없이 연 2%(300만원 한도)의 금리를 주고, ‘모임적금’은 최대 연 4.1%의 이자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다음 달 12일까지 SOL모임통장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여행 지원금 1000만원을 제공하는 프로모션도 진행 중이다.
저축은행들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앞세워 9월부터 본격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시중은행에서 연 2.5%로 금리 수준을 높인 상태여서 저축은행에선 최소 3%대 금리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모임통장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중앙회 전산망을 이용하는 67개 저축은행이 순차적으로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9월부터 예금보호한도가 1억원으로 상향되면 ‘머니 무브’(자금 이동)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모임통장 서비스 출시를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은행권은 금리뿐 아니라 편의성과 다양한 서비스로 차별화에도 힘쓰고 있다. 20∼30대 중심이었던 서비스 이용 연령대와 모임통장 용도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2020년 말 40대 이상 고객의 비중은 약 30%에 불과했으나, 올해 2분기에는 55.2%로 급증했다. 특히 50대 이상이 29.5%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모임통장의 용도도 친목(30.1%), 가족·생활비(26.7%), 여행(18.5%), 데이트(8.6%), 회사·팀(6.9%)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신한은행은 커플·부부를 위한 모임통장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하반기 중 △일정 공유 △가계부 △공동 목표 설정(모임규칙) 기능과 커플·부부 전용 화면을 신설할 계획이다.
토스뱅크는 지난 6일부터 만 14세 이상 미성년자도 모임통장을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중·고등학생도 친구들과 생일 파티를 하거나 콘서트에 갈 비용을 모임통장으로 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보통 만 17세 이상부터 모임통장 개설이 가능한데, 여권을 통한 실명확인 방식을 도입해 가입 연령을 만 14세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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