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탄 후보들 인식, 민심과 동떨어져
정당 지지율 16%로 또 최저치 경신
오는 22일 새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국민의힘 경선이 민심과는 영 딴판으로 흘러가고 있다. 혁신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건전한 보수로 거듭나길 바라는 국민 열망과는 반대로 윤석열 전 대통령 복당 문제로 퇴행적인 정쟁만 거듭하고 있으니 한숨이 절로 난다. 당 지지율이 또다시 최저치를 경신했는데도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여전히 둘로 갈라진 채 지도부조차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른바 반탄(탄핵 반대) 세력은 오로지 강성 지지층의 심기를 살피는 데 여념이 없어 보인다. 대표 예비 경선을 통과한 김문수 후보는 지난 7일 ‘친윤(친윤석열) 감별사’를 자처하는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씨 등 극우 유튜버들이 진행한 토론에서 “윤 전 대통령이 다시 입당을 신청하면 받아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주저함도 없이 “당연히 받죠. 계엄을 해서 누가 죽었거나, 다쳤거나 그런 것이 없지 않은가”라고 답했다.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당한 뒤 탈당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보수의 궤멸을 초래했다. 더구나 내란 혐의 등으로 재판에서 실형이 유력한데도 재입당을 찬성한다니 스스로 폐족(廢族)임을 선언하는 꼴이 아닌가.
김 후보는 이 자리에서 “우리 당 지지율이 많이 떨어진 이유는 내부 총질”이라고 했는데, 전에도 “당이 분열됐기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탄핵당해 감옥에 가 계신다”고 했었다. 윤희숙 당 혁신위원장 등의 인적 쇄신 주장 등을 ‘내부 총질’로 깎아내린 셈이다. 앞서 지난 4일 전씨 등이 마련한 토론에서 “당 대표가 되면 윤 전 대통령 면회를 가겠다”고 했던 장동혁 후보도 거들고 나섰다. 장 후보는 8일 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이 (재입당) 신청을 한다면 당에 부담이 되는 순간이 아니라 도움이 되는 순간에 할 것”이라며 “못 받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당권 주자들의 인식이 이처럼 사실과도 다르고 국민 여론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으니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예비 경선을 통과한 최고위원 후보 면면을 봐도 걱정이 크다. 계엄군의 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진입을 ‘과천상륙작전’이라고 했다가 자리에서 물러난 김민수 전 대변인, 극우파로 꼽히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두고 ‘우파 진영을 천하 통일했다’고 했다가 당원권 정지를 당했던 김재원 전 의원 등 그간 강성 지지층만 대변하는 듯한 행보를 보인 인사들이 한둘이 아니다.
당내 찬탄파인 조경태·안철수 후보는 연일 반탄파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조 후보는 8일 김 후보를 겨냥해 “당장 후보직을 사퇴해야 하고, 정계 은퇴도 정중히 요청한다”고 했고, 안 후보도 “계엄을 미화하고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전한길, 김문수, 장동혁은 대한민국 헌정사의 죄인”이라고 비판했다. 당 대표 후보들이 미래 비전이 아닌 해묵은 문제로 집안싸움만 하고 있으니 민심의 외면이 갈수록 심해지는 게 당연지사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이전 조사보다 1%포인트 하락한 16%를 기록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인 6월 2주차 23%에서 시작해 조사 때마다 하락하면서 이번에는 최저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지난달 2주차 조사에선 19%로 2020년 9월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변경한 뒤 처음으로 20% 선이 붕괴한 바 있다. 특히 그동안 비교해 강세를 보였던 60대 이상에서도 여당에 밀린 데다 텃밭인 대구·경북(TK)마저 우위를 내주면서 전 지역에서 뒤지는 신세가 됐다. 이번 조사에서 이념적으로 보수라는 응답한 이들 중 43%만이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도대체 어디까지 몰락할 작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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