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억원 안팎의 국내 반도체 기업 인공지능(AI)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관련 회사 임직원 3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박경택)는 산업기술보호법위반, 부정경쟁방지법위반,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AI 기업 사피온의 전 직원 A씨와 B씨를 구속기소하고, 전 임원 C씨를 불구속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이들은 반도체 선두주자인 리벨리온과 사피온이 합병되기 전 사피온의 핵심기술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사피온은 AI 반도체의 일종인 NPU(알고리즘의 추론 연산을 고속·저전력으로 처리하는 반도체)를 개발한 업체다. 지난해 12월 동종 AI 반도체 개발업체인 리벨리온에 흡수합병됐는데, 합병 가치만 1조3000억원에 달한다.
A씨는 지난해 1~4월 세 차례에 걸쳐 사피온 AI 반도체 소스코드를 비롯한 각종 기술자료를 외장 하드로 유출한 혐의다. B씨는 같은 해 1~6월 두 차례 소스코드 자료를 개인 클라우드에 올려 유출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들이 빼낸 기술은 정부가 첨단기술로 지정한 AI 반도체 핵심기술이다. 소스코드는 AI 반도체의 기초 설계도인 아키텍처 구조를 프로그래밍한 것으로 상세 설계도에 해당한다.
C씨 역시 2023년 3월 AI 반도체 아키텍처 자료를 외장 하드로 유출한 혐의 등을 받는다. C씨는 사피온이 AI 반도체 개발업체 리벨리온에 흡수합병되기 전 퇴사해 새로운 AI 반도체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A씨와 B씨도 사피온에서 나와 이 업체의 팀장으로 근무했다.

이들이 유출한 소스코드 등의 가치는 2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빼돌린 기술이 유사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데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정보원 산하 산업기밀보호센터에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신속히 수사했다”며 “피고인들이 유사한 AI 반도체를 개발하기 전 범행을 적발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소된 사피온의 전 직원들이 재직하는 AI 반도체 스타트업 측은 “이번 사건은 보안 의식이 낮은 일부 직원들이 과거 업무자료를 백업 보관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개인적 일탈”이라며 “(백업한) NPU 기술은 인공 신경망을 위한 하드웨어 가속기 기술로, 현재 회사가 개발 중인 벡터 데이터베이스를 위한 하드웨어 가속기 VDPU와는 목적과 설계부터 다르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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