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 도중 주식을 차명으로 거래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당 윤리감찰단에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국민의힘은 형사고발 방침을 밝혔다. 올해 초 재산신고 당시 보유 주식이 전혀 없다고 한 이 의원인 만큼 위법이 드러나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파문이 확산되자 이 의원은 어제 밤 민주당을 탈당했고, 법사위원장 사임서도 제출했다.
온라인 매체 ‘더팩트’는 어제 이 의원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주식 거래를 하는 모습을 포착했다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에는 이 의원이 들여다보는 휴대폰 화면에 주식 거래창이 떠 있다. 주식 거래 계좌 명의자는 이 의원이 아닌 그를 국회 사무총장 때부터 보필한 보좌관이라고 해당 매체는 전했다. 이 보좌관은 매체에 “이 의원님은 주식 거래를 하지 않고 제가 하는데, 의원님께 조언을 자주 얻는다”며 “본회의장에 들어갈 때 (이 의원이) 자신의 휴대폰으로 알고 헷갈려 들고 들어갔다. 거기서 제 주식창을 잠시 열어본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도 페이스북에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식 화면을 열어본 부분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물의를 일으킨 점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차명거래 사실은 결코 없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 의원이나 보좌관의 해명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 이 의원이 남의 휴대전화 보안을 풀고 나서 그 많은 앱 중 하필 주식 거래용 앱을 눌러 화면을 들여다봤다는 게 말이 되는가. 더구나 해당 매체는 이 의원이 네이버 주식을 5주씩 분할 거래하고, 호가를 실시간 확인하면서 주문을 정정했다는 등 자세한 거래 정황까지 보도했다. 이 의원은 작년 10월 국감장에서도 보좌관 명의로 주식 거래를 한 것으로 보이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보도된 바 있다.
금융실명법은 모든 금융거래를 실명으로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불법 목적으로 차명거래를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재산신고 누락이라면 공직자윤리법 위반에도 해당한다. 준법에 앞장서야 할 국회 법사위원장이 투명한 금융거래 질서의 근간인 실명법 위반 의혹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경찰 수사를 통해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이 의원에게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민주당도 이 의원이 탈당했다고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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