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소비자들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받는 것보다, 브랜드와의 감각적이고 자발적인 관계 맺기를 선호한다. 이에 따라 최근 업계에서는 음악, 영상, AI 기술 등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브랜드 경험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광고나 홍보의 수단을 넘어, 브랜드가 대중이 즐기는 ‘문화의 언어’로 소통하는 방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브랜드를 더 이상 제품 정보의 전달자로만 보지 않고, 일상과 문화적 경험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소비자는 브랜드 콘텐츠를 소비할 뿐 아니라, 공감하고 공유하고 참여하며 브랜드의 일부가 된다.
최근 화제를 모은 사례로는 EBS 캐릭터 ‘펭수’의 ‘콩국수’ 음원 발매가 있다. 단순한 인기 캐릭터를 넘어, 음악 콘텐츠로 소비자 일상에 자연스럽게 진입한 것이다. ‘펭수’는 이 음원을 통해 대중문화 영역에서 ‘콘텐츠 주체’로 자리 잡으며, 브랜드 캐릭터가 문화 콘텐츠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처럼 브랜드가 문화 콘텐츠화되어 소비자의 일상에 스며드는 방식은 유통, 식품, F&B 업계에서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브랜드 메시지를 ‘보고 듣는 광고’가 아니라 ‘직접 체험하고 공유하는 콘텐츠’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과일 브랜드 제스프리는 지난달 자사 마스코트 ‘키위브라더스’를 가상 아이돌 그룹(ZSP)으로 설정하고, 아티스트 AKMU 이수현과 협업한 뮤직비디오 ‘빈틈없이 꽉’을 공개했다. 청량한 멜로디와 MZ세대가 선호하는 ‘세계관’ 형식을 통해, 브랜드 메시지인 ‘영양이 빈틈없이 꽉 찬 밀도푸드’를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이 콘텐츠는 소비자를 단순 시청자가 아닌, 문화 콘텐츠의 참여자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동시에 진행된 생성형 AI 기반 이벤트(‘빈틈없이 꽉 송’, ‘빈틈없이 꽉 댄스’)는 참여자의 이름과 메시지를 바탕으로 AI가 캐릭터 퍼포먼스를 생성해주는 가상 체험형 콘텐츠로, UGC(User‑Generated Content)로 자발적 확산을 이끌었다.
제스프리는 이를 통해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음악과 AI 기술을 융합한 감각적 콘텐츠로 전환하며, ‘문화적 연결’을 중심으로 한 브랜드 경험을 구축하고 있다.
빙그레는 지난 7월 디지털 세계관 기반 캠페인 ‘빙그레 비밀학기’ 시즌2를 통해, 브랜드 팬덤과 AI 기술을 결합한 Z세대 맞춤형 브랜드 체험 콘텐츠를 선보였다.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참여자들이 브랜드 세계관에 직접 ‘입학’해 콘텐츠를 생성하고 공유하도록 설계됐다.
참여자는 캠페인 사이트에서 AI 챗봇과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자신만의 강의를 만들고, 사진을 업로드하면 세계관에 맞춘 AI 프로필 이미지도 생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개인화된 시간표와 콘텐츠는 SNS에서 디지털 굿즈처럼 활용되며, 브랜드를 매개로 한 새로운 문화 체험으로 이어진다.
빙그레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브랜드의 고유 세계관을 단순한 마케팅 자산이 아닌, 참여형 콘텐츠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매일유업은 식물성 음료 브랜드 ‘어메이징 오트’와 세계적인 캐릭터 ‘무민(Moomin)’을 협업 파트너로 선택해, 감성 콘텐츠 중심의 브랜딩 캠페인을 올 7월부터 전개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브랜드 필름은 귀리 음료가 지닌 지속가능성과 자연 친화적 가치를 친근하게 전달하며, 음료 한 잔 속 철학을 소비자 감성에 녹여낸다. 영상 중심 콘텐츠로 일상 속의 브랜드 철학을 풀어내는 시도로, 소비자와의 정서적 연결을 강화했다.
어메이징 오트를 사용하는 카페와의 협업, 무민 굿즈 구성, 오프라인 터치포인트 확대 등을 통해 브랜드 경험을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는 방식도 병행하고 있다. 소비자가 브랜드 콘텐츠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경험하고 공유하는 문화 소비자로서 작동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이처럼 브랜드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AI나 음악·캐릭터와 융합된 문화적 경험을 통해 소비자와 만나는 방식은 광고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소비자는 브랜드와 ‘정보 전달’ 이상의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정체성과 감성을 반영한 콘텐츠로 브랜드를 경험하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는 이제 브랜드를 제품이 아닌 콘텐츠로 인식한다”며 “앞으로 브랜드는 마케팅이 아니라 문화적 스토리텔링과 디지털 경험을 중심으로 관계를 확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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