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카이 대지진 우려에 사재기→쌀값 2배로 폭등
고이즈미 농업상, 비축미 직접 풀어 가격 낮춰
관세협상서 “美쌀 무관세 수입 비중 늘리기로”
올해 상반기 일본으로 수출된 우리쌀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종전 최대 기록인 2012년의 2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일본 내 쌀값 고공행진이 이어지자 현지 유통업체들이 쌀 수입을 늘린 결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6월 한국에서 일본으로 수출한 쌀이 416t으로 통계가 작성된 1990년 이후 역대 최대라고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전의 동기간 최대 기록은 2012년 16t이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발생 후 2년간 한국 쌀이 구호용으로 다량 수출된 바 있다.
올해는 일본 내 쌀값 폭등으로 이 숫자가 껑충 뛰었다. 현지 유통업체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산 칼로스 쌀을 중심으로 해외 쌀 수입을 크게 늘렸고 하동, 해남 등에서 생산된 한국 쌀과 동남아 쌀도 일본으로 건너갔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일본이 어쩌다 전례없는 쌀값 대란을 겪게 됐을까.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 쌀값 폭등의 시작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극심한 폭염이 닥치면서 전국적으로 품질 낮은 쌀이 생산됐고 쌀 가격이 꿈틀거렸다.

여기에 지난해 8월 8일 일본 남부를 강타한 지진이 기름을 부었다. 이 지진 후 일본 정부가 난카이 해곡 대지진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자 패닉에 빠진 소비자들이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면서 쌀값이 급격히 오른 것이다. 엔저 지속에 따른 외국인 방문객 증가로 쌀 수요가 많았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지난해 8월까지 40만t 쌀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2023년 1500∼2000엔(약 1만4000원∼1만8700엔) 수준이었던 일본의 쌀 5kg 평균 소매가는 9월 3000엔을 돌파하고 올해 3월 4000엔을 넘어섰다.
일본 정부는 쌀값 안정을 위해 올해 2월 비상 비축미 21만t을 방출했다. 그러나 효과가 없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쌀값은 계속 올라 5월 중순 4268엔(약 만39600원)을 기록했다.
일본 매체와 외신들은 비축미 방출 효과가 미미한 데 대해 일본의 농협인 JA전농(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 중심의 폐쇄적 유통 구조를 지적했다. 방출된 쌀 21만t 중 20만t을 JA전농이 낙찰받았는데 출하된 물량이 5월까지 6만3000t에 그쳤다는 것이다.
5월 취임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상은 쌀값 안정을 위해 강수를 뒀다. JA전농 중심 농업 유통의 개혁을 강조하며 비축미 30만t을 직거래 방식으로 풀었다. 이에 5월 풀린 비축미 가격은 2160엔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은 전국 슈퍼마켓에 유통되는 쌀(5㎏) 가격은 지난달 3500엔대까지 낮아진 상태다.
쌀값 혼란 속에 지난달 진행된 미·일 관세협상에서 일본은 매년 무관세 수입하는 쌀 중 미국의 비중을 75%까지 늘리기로 합의했다. 일본이 무관세로 쌀을 수입할 수 있는 연간 한도는 약 77만t으로 지난해 미국이 전체의 45%를 차지했다.
고이즈미 농업상은 지난달 23일 언론에 “기존 제도 범위 내에서 최선의 협상 결과를 얻어냈다”며 “농업계를 희생시키지 않겠다는 말 그대로 협상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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