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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남북 신뢰 회복 조치”… 일방적 유화책 우려도

입력 : 2025-08-04 18:35:00 수정 : 2025-08-04 21:17:29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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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방송 중단 이어 확성기 철거
北 대남방송 않을 것이라 판단한 듯
北 호응 없는데 저자세 비판 부담

군이 4일 대북 확성기를 선제 철거한 것은 이재명정부가 취해온 남북 간 신뢰 회복 조치들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군의 대비태세에 영향이 없는 범위에서 실질적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를 취한 것으로,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북한이 대남 방송을 먼저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철거되는 대북 확성기 군인들이 4일 대북 심리전을 위해 북한과 접경지역에 설치한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대북 확성기 철거에 대해 “군의 대비 태세에 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남북 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제공

군은 이날 대북 심리전을 위해 전방에 설치된 고정식 대북 확성기 시설 20여개에 대한 철거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군은 이재명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6월 북측이 반발해 온 대북 확성기 방송을 선제 중지한 바 있는데, 한발 더 나아가 시설까지 철수하는 것이다. ‘남북 신뢰 회복’을 대북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제시한 이재명정부가 북측에 관계 개선의 진정성을 보이려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군은 확성기 철거가 대비태세 유지에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또 우리 군이 대북 방송을 중지한 다음 날 북측도 대남 소음방송을 멈춘 만큼, 특별한 계기 없이 북한이 대남 방송을 송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군의 확성기 철거를 두고 “대통령의 지시로 확성기 방송이 중지된 그 연장선상에서 철거 조처는 잘한 일”이라며 “(남북 간에) 무너진 신뢰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그런 조치의 하나”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대북 확성기 철거는 긴장 완화, 평화 공존의 한 단계 높은 선제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다만 우리 정부의 잇따른 신뢰 회복 조치에 북측이 호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유화책을 남발하는 것으로 비쳐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달 28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에서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으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며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재확인한 바 있다.

 

철거된 확성기 군이 4일 대북 심리전을 위해 전방에 설치한 대북 확성기를 철거키로 한 가운데 경기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한국 측 초소 앞 군사 시설물 내 대북확성기가 철거(빨간 점선)돼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대북 확성기가 설치된 지난 6월 12일 모습. 파주=뉴시스

김 부부장 담화 이후에도 이재명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 조정회의에서 8월 한·미 연합훈련 조정을 논의했고, 현재 폭염을 이유로 일부 야외기동훈련을 다음 달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1970년대부터 진보·보수 정부를 가리지 않고 이어져 온 대북 라디오·TV 방송 송출을 지난달 초·중순 중단했다.

 

북한의 호응 없이 우리 측의 유화 조치만 이어지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여론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여권에서도 나온다. 또 향후 남북 대화 재개 시 우리 측이 지렛대로 삼을 수 있는 협상 카드를 사전에 포기하는 꼴이라는 비판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한에 관한 국민 여론을 상당히 앞서나가는 편인데, 이렇게 급하게 하다 체할 수 있어 우려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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