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던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등이 1일 여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4일 본회의에서 이 법안들을 통과시킨다고 밝힌 가운데, 국민의힘이 이를 저지하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예고해 모두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법사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양곡관리법은 국내 쌀 수요량을 초과한 생산량이 일정 기준을 넘을 경우 정부가 초과분을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농안법은 쌀을 비롯한 주요 농수산물 시장 가격이 기준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정부가 차액 일부를 보전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이후 방송 3법과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 반발 속에 표결로 처리했다. 방송 3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이 핵심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민의힘은 반대 토론을 요구했지만, 민주당 소속인 이춘석 법사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표결에 나섰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토론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항의하자 이 위원장은 “절차적으로 국회법을 준수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이 법안을 가지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법사위가 정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일정 부분의 비난은 감수하고 처리해 마무리 짓고 정상적인 법사위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 “공산당이냐”고 반발했다. “토론이 충분히 이뤄지고 의결이 돼야 민주적 정당성이 생기는 것”(박형수 의원), “국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결돼 있는 중요한 법에 대해 대한민국 국회가, 대한민국 법사위가 토론 한 번 못 하게 했다. 이게 여러분이 자랑하시는 K민주주의냐”(신동욱 의원)는 비판도 이어졌다.

법사위는 상법 2차 개정안도 의결했다. 상법 2차 개정안은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기업에 대한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등의 내용을 담았다.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은 “외견상으로는 소액주주 보호, 지배구조 선진화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글로벌 기업 사냥꾼들에게 우리 기업들을 내 줄 수도 있는 위험한 법안이란 지적이 계속 나온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 이춘석 법사위원장은 “오늘 제출된 개혁 입법안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사실 집권 여당이면서 다수당이 그에 대한 책임과 공과도 같이 쥔다고 생각한다”며 표결을 진행했다.
민주당은 법사위에서 의결한 법안을 가능한 한 모두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민의힘은 오는 4일 본회의에서 쟁점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하겠다고 맞서고 있어, 의사 규칙상 5일로 끝나는 7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쟁점 법안을 모두 처리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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