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한 전인지(31·KB금융그룹)의 별명은 ‘플라잉 덤보’다. 성적이 좋을 때나 경기가 안풀릴때도 늘 미소를 잃지 않아 팬들이 이런 별명을 붙여줬다. 하지만 오랫동안 덤보는 날아오르지 못했다. 그의 우승 시계는 2022년 6월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멈췄다. 여기에 멘털과 건강 악화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5월 US여자오픈에서 컷탈락한 뒤에는 아예 투어를 중단했다.
쉬는 동안 심기일전한 전인지가 1일 영국 웨일스 미드글러모건의 로열 포스콜 골프클럽(파72·6748야드)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AIG 여자오픈(총상금 975만달러) 첫날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정조준했다. 전인지는 이날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기록, 신인 다케다 리오(22·일본) 등 오카야마 에리(29·이상 일본)에 2타 뒤진 공동 4위에 올랐다. 전인지는 투어 통산 4승중 3승을 메이저에서 거뒀다. 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서도 여러 차례 우승해 ‘메이저 퀸’으로도 불린다. LPGA 투어는 5개 메이저 대회중 4개 대회를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데 전인지는 2015년 US여자오픈,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 2022년 여자 PGA 챔피언십을 제패했다. 따라서 AIG 여자오픈과 셰브론 챔피언십 중 1개의 우승 트로피를 수집하면 대기록의 퍼즐을 완성한다. 전인지가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면 투어 역대 8번째 기록이 된다.
전인지는 1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9번 홀(파5)에서 첫 버디를 낚은 뒤 10~11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떨궈 기세를 올렸다. 이어 13번 홀(파5)에서 한 타를 더 줄여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전인지는 경기 뒤 “지난해 멘털과 건강 문제로 US여자오픈 이후 출전을 중단하면서 이 대회에도 나서지 못했는데, 이제 모두 건강해져서 돌아오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골프를 시작했을 때는 훌륭한 골퍼가 돼서 부모님에게 TV로 내 스윙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지금 커리어 그랜드 슬램에 도전할 수 있는 이런 위치에 있는 것에 감사하다”면서 “이룰 수 있다면 남다른 기분이 들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올해 투어에 데뷔한 윤이나(22·하이트진로)도 버디 5개, 보기 2개를 묶어 3타를 줄이며 공동 4위에 올랐다. 지난해 KLPGA 투어 상금, 대상 포인트, 평균 타수를 휩쓴 윤이나는 퀄러파잉 스쿨 최종전을 거쳐 미국 무대에 데뷔해 큰 관심을 모았지만 성적은 기대만큼 신통치 않다. 16개 대회에 나서서 10차례 컷을 통과했지만 톱10은 없고 US여자오픈 공동 14위가 최고 성적이다. 윤이나는 “전반적으로 경기를 쉽게 풀어나가지는 못했지만, 끝나고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와 만족스러운 하루였다”며 “어려운 환경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대회라고 생각한다.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더 집중하겠다”고 첫 톱10을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첫날 리더보드 최상단을 꿰찬 다케다는 시즌 2승을 노린다. 다케다는 지난해 JLPGA 투어에서 무려 8승을 쓸어 담았다. 특히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LPGA 투어 토토 저팬 클래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 퀄러파잉 시리즈 최종전을 거치지 않고 미국 무대에 직행했다. 다섯 번째 출전 대회인 지난 3월 블루 베이 LPGA에서 첫승을 거뒀고 톱10에 6차례 진입하면서 신인왕 레이스 1위(838점)를 질주하고 있다. 퀄러파잉 시리즈 최종전을 수석으로 통과한 야마시타 미유(24·일본)도 3위에 올랐다. 그는 JLPGA 투어에서 통산 13승을 기록했고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JLPGA 투어 상금왕을 휩쓸었다. 공동 4위에도 사이고 마오, 이와이 치사토, 구와키 시호가 포함돼 첫날 일본 선수들이 초강세를 보였다.
지난주 코스가 비슷한 링크스 코스에서 열린 스코틀랜드 여자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김효주(29·롯데)는 공동 51위(이븐파 72타)로 저조한 성적을 냈다. 아마추어 세계 1위를 달리다가 프로로 데뷔하자마자 스코틀랜드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괴물신인’ 로티 워드(21·잉글랜드)도 공동 51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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