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소재·해저케이블 투자…사업 다변화
전선업계의 대표 기업 대한전선이 글로벌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초고압 전력망과 해저 케이블, 친환경 소재 분야에서 연이은 성과를 기록하며 ‘전선 제조기업’을 넘어 ‘전력 인프라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나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전선은 미국 플로리다 주의 230kV 초고압 전력망 구축 프로젝트를 약 8000만 달러(한화 약 1000억원) 규모로 수주했다. 해당 사업은 전력 케이블 납품을 넘어 설계·시공까지 포함하는 풀 턴키 방식으로 진행되며, 대한전선의 기술력과 프로젝트 수행 역량을 동시에 입증했다.
미국 서부의 실리콘밸리와 샌호세 일대에는 500kV HVAC, 320kV HVDC 전력 케이블을 공급 중이다. 이 지역은 AI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곳으로, 대한전선은 고부가가치 전력 솔루션 공급사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해저 케이블 생산 본격화…신재생 확대 수요 선점
대한전선은 충남 당진 아산국가산단 내 해저 케이블 공장 1단계 구축을 마치고 올해 초부터 본격 가동에 돌입했다. 현재는 전라남도 영광 앞바다의 해상풍력 발전단지에 적용될 인터 어레이(Inter-array) 케이블을 시험 생산 중이다. 여기에 2025년 상반기까지 2단계 공장을 추가 완공해, 수출용 해저 케이블과 HVDC 케이블까지 생산 역량을 확장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해저 전력망 구축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대한전선의 생산 인프라 확장은 향후 글로벌 경쟁에서 전략적 무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작년 6월 대한전선은 한화솔루션과 고부가가치 전력 케이블용 절연 및 반도전 복합소재 공동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사는 고전압 XLPE 기반 소재의 기술 공동개발에 나서며, 향후 원가 절감과 품질 개선, 공급망 안정화 효과를 동시에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적도 고공행진…순이익 2배, 영업이익률↑
실적 역시 눈에 띄는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전선은 2023년 기준 매출 2조8400억원, 영업이익 784억원, 순이익 67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0% 이상, 순이익은 무려 207% 증가한 수치다. 2024년 1분기에도 매출 7885억원, 영업이익 288억원을 달성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전선은 현재를 ‘변곡점’이라 평가하고 있다. 케이블 제조에 머물렀던 과거에서 벗어나, 고도화된 전력망 기술·친환경 소재·글로벌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한 전력 인프라 통합 솔루션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전선의 이러한 전략적 전환이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선두권 기업들과의 기술적 경쟁 구도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