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더 옥죌 땐 해외 이탈 가능성”
재계 “주요국 인하 흐름에 역주행”
전 정부 때 무너진 세입기반 확충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것이 이재명정부 첫 세제개편안의 핵심이다. 그 방편으로 응능부담(납세자의 부담능력에 맞는 과세)이란 기치 아래 ‘법인세율 환원’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충분한 세수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불경기 속 기업활동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3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5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세부담 정상화를 위해 전 구간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씩 올린다. 과세표준 2억원 이하인 기업은 법인세 최고세율이 10%,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는 20%, 200억원 초과 3000억원 이하는 22%, 3000억원 이상은 25%가 적용된다. 윤석열정부 출범 첫해인 2022년 단행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조치를 전부 원상복구하는 셈이다.

정부는 법인세율 인상이 윤석열정부 기간 약화한 세입기반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형일 기재부 1차관은 “조세 부담률이 2022년 22.1%에서 2024년 17.6%까지 줄었다. 세입기반이 약화됐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현재 우리나라 과세 기반이 무너졌다. 원래 걷혀야 하는 수준에 수십조원이 비는 상황”이라며 “정부 재정을 복구하기 위해서 법인세 인상은 꼭 필요한 조치였다고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우 교수는 “세계적인 불경기에다 통합투자세액공제(국가전략기술 투자에 대해 최대 25% 세액공제) 등의 영향으로 법인세 인상 효과가 사실상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기적으로 법인세율 인상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는 “관세 문제도 있고 불경기인 데다 여당이 노란봉투법, 상법개정안 등 기업에 불리한 정책을 쏟아내는 상황이라 법인세 올리기에는 타이밍이 나쁘다”며 “이러면 투자가 위축되고 해외로 나가버리는 기업도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야도 이번 세제개편안을 두고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정권이 무너뜨린 세제를 정상화하고, 무모한 초부자 감세로 무너진 재정 기반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정상화가 아닌 우리 경제와 기업의 숨통을 죄는 가렴주구이자 경제 폭정”이라며 “기업을 쥐어짜고 투자 의지를 꺾는 반기업 역주행을 택했다”고 비판했다.
주요 경제단체들도 기업 부담 가중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법인세율을 과표구간별 1%포인트씩 인상하는 방안은 미국 등 주요국이 법인세를 낮춰 자국 기업의 조세 경쟁력을 높이고 외국 기업의 유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며 “우리 기업 부담만 가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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