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혁명/ 김성훈/ 웅진지식하우스/ 1만8500원
2023년 과학학술지 ‘셀’에 흥미로운 연구가 실렸다. DNA 수리 단백질(DNA repair proteins·세포 내에서 손상된 DNA를 인식하고 복구하는 데 관여하는 단백질)을 활성화하는 물질을 노화된 쥐에 주입하자 몸이 검은 털로 수북해졌으며 시력도 회복되었다는 내용이다. 노화 예방의 새로운 길을 기대하게 한 연구였다.

최근 과학계의 관심은 유전자에서 ‘생명의 두 번째 암호’인 단백질로 옮겨가고 있다. 2024년 노벨화학상을 ‘단백질 구조 분석 인공지능’ 분야가 받은 것을 비롯해 최근 25년 새 노벨화학상을 받은 연구의 40%가 단백질 관련 연구였다.
단백질 연구는 노화, 질병, 비만 등에 모두 연결됐다. 사람의 건강수명은 단백질의 3차원 구조가 얼마나 잘 유지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상적인 단백질이 다양한 이유로 구겨져 잘못 접히면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도 ‘단백질 잘못 접힘’이다. 세포 내 미세소관(microtubules)의 안정화 기능을 담당하는 타우 단백질이 스트레스 등으로 잘못 접히면 미세소관의 기능을 방해하고 신경세포 내 물질 운반시스템을 파괴해 결국 세포를 사멸시키는 것이다.
근육 역시 건강 유지의 핵심이다. 근육량은 30대부터 감소해 70대가 되면 주요 근육의 40% 이상이 줄어든다. 근육이 줄어들면 활동에도 제약이 생기고 당뇨병 위험이 2배 이상, 심혈관 질환 위험이 약 76% 증가한다. 근육의 원료가 되는 단백질 섭취가 중요한 이유다.
단백질은 신약 개발의 중심에 있다. 세계적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이 대표적이다. 미용 시술의 대명사와도 같은 보톡스(보툴리눔 톡신) 역시 단백질 독소를 활용한 것이다.
책은 노화의 패러다임, 음식 속 과학부터 신약 개발 활용 등 현재 바이오 산업 트렌드까지 짚어준다. 단백질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례들을 통해 단백질 연구가 과학계의 화두가 된 이유와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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