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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잊혀진 나라 마한 여행기 외

입력 : 2025-08-02 06:00:00 수정 : 2025-08-02 11: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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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나라 마한 여행기(정은영, 율리시즈, 2만원)=기원전부터 6세기까지 한반도 중서부에 존재했던 마한의 역사와 문화를 찾아 떠나는 여행기다. 광주, 나주, 무안, 해남, 신안 등 영산강 유역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여행길은 과거와 현재, 기록과 상상, 역사와 일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마한의 옹관묘, 금동관, 금동신발부터 시작해 부엌과 식생활, 예술과 음악, 동물과의 교감까지 다채로운 소재가 글 속에 살아 숨 쉰다. 저자는 마한이 백제에 흡수되면서 잊힌 역사임에도, 우리 민족 정체성의 뿌리이자 ‘한(韓)’이라는 문화 원형이 시작된 곳임을 강조한다. ‘토포필리아(Topophilia)’ 즉 ‘특정 장소에 대한 애정’을 키워드로 마한의 흔적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되살려낸다. 

열심히 살아도 불안한 사람들(랄리다 수글라니, 박선영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1만9000원)=‘나는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 ‘진짜 내가 봐도 한심하다’와 같은 생각에 빠지거나 자멸적인 행동을 자주 한다면? 정확히는 몰라도 자신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확신이 든다면? 저자는 이런 사람은 HFA(고기능성 불안 장애·High-Functioning Anxiety)를 앓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HFA 증상이 있는 사람은 뛰어난 성과를 내고, 무슨 일이든 척척 잘해내며, 누구와도 잘 어울리고, 남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사람인 듯 보인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끝없는 자기비판과 의심,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고,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해 지칠 때까지 애쓰며, 스스로를 ‘부족한 사람’으로 여긴다. 책은 저자가 직접 HFA를 앓은 경험, 수많은 내담자와 함께하며 얻은 통찰을 담은 HFA 극복 가이드다. ‘다른 사람에게 좋은 면만 보여서 인정받는 나’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가는 방법을 소개한다.

나는 바보다(셔우드 앤더슨, 박원희 옮김, 아고라, 1만6800원)=미국 현대문학의 초석을 다진 작가로 평가받는 셔우드 앤더슨(1876∼1941)의 대표적 단편들을 모은 소설집이다. 작가가 생전에 펴낸 단편소설집 ‘달걀의 승리’, ‘말과 인간’, ‘숲속의 죽음과 다른 이야기들’ 중에서 12편을 선별했다. 표제작은 19살의 젊은 마필관리사가 술에 취해 우연히 경마장에 온 부유한 젊은 남녀의 대화에 끼어들어 경마에 대한 지식을 뽐내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마필관리사의 독백으로 이뤄져 치기 어린 젊은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생생히 울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자기 행동을 부끄러워하는 주인공의 솔직함과 젊음의 생기가 실감 나게 표현됐다. 단편소설 ‘씨앗’은 남자를 강렬히 원하면서도 이성과 교감을 나누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작가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들의 다소 속물적인 모습을 따뜻한 필치로 그려낸다.

어느 고대 경전으로의 산책(동네아저씨, 지식과감성, 2만원)=한국인의 근본적 가치와 사상을 고대 경전인 천부경(天符經)을 통해 탐구하는 동양철학서다. 책은 빠르게 달리지 않고 ‘산책’하듯 천천히, 고대 동양사상의 정수였던 ‘수(數)’의 철학을 탐색한다. 숫자라는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언어를 통해 우주의 이치와 인간 존재의 근원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고대의 가르침이 혼란과 불안으로 가득한 현대사회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저자는 한국문화가 K팝 등 단순히 감각적인 콘텐츠에 대한 소비에 그치지 않고 깊은 철학적 사유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반달 씨의 첫 손님(안승하, 창비, 1만5800원)=일상을 지키는 작은 힘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안승하 작가의 새 그림책이다. 라일락 향기 가득한 밤, 앞치마를 맨 반달가슴곰 ‘반달 씨’가 도시공원으로 향한다. 같은 시각, 짓궂은 아이들에게 쫓기던 길고양이도 그곳에 이른다. 홀로 지내는 처지가 비슷했던 둘은 금세 가까워진다. 반달 씨는 가족들에게 갖다줄 꿀을 모으기 위해 손수 만든 나무인형을 팔기 시작한다. 빈손인 날들이 계속되던 중, 한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다가와 ‘첫 손님’이 된다. 세 친구가 함께 나누는 마음과 서정적인 풍경이 읽는 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물들인다. 서양화를 전공한 안 작가는 ‘일하는 개들’ ‘페브 농장’ 등을 펴낸 바 있다. 

제발 돌아와, 내 머리카락!(외르크 뮐레 글·그림, 김영진 옮김, 주니어RHK, 1만4000원)=아빠의 머리카락은 평소처럼 빗질에 가지런하게 정리되던 중 뭔가 신나는 일을 해 보기로 마음먹고 아빠의 머리에서 탈출한다. 깜짝 놀란 아빠는 필사적으로 머리카락의 뒤를 쫓는다. 넓은 세상을 향해 떠나는 머리카락과 그 머리카락을 되찾으려 애쓰는 아빠 사이의 숨 막히는 추격전을 익살스럽게 그려낸 책이다. 동화가 대체로 교훈을 주는 데 목적을 두는 것과 달리 재미에 초점을 맞춰 독자가 마음껏 웃고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마치 머리카락에 자아가 있는 것처럼 표현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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