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가 재정자립을 위해 홈구장 이름에 후원기업 사명을 넣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춘천시가 거부하면서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육동한 춘천시장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긍정적 입장을 밝혔지만 시행을 앞둔 지난 5월 돌연 반대로 돌아섰다.
반면 강릉시는 취지에 공감, 명칭 사용권 협약을 맺었다.

31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강원FC 관계자는 지난 2월 6일 육 시장을 만났다. 이들은 춘천 홈구장 이름에 후원기업 사명을 넣고 후원금을 받는 방안을 설명했다. 구단 재정 안정성을 높일 기회라는 말도 덧붙였다. 당시 육 시장은 긍정적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FC는 강릉시와도 동시에 협의를 진행했다. 두 지자체가 긍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강원FC는 메인 후원기업인 강원랜드와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 5월 강원랜드는 이사회를 열고 춘천·강릉 홈구장 이름에 자회사 사명 ‘하이원’을 넣는 조건으로 연간 1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강원FC는 ‘6월부터 강원FC 홈구장 명칭을 변경해 사용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두 지자체에 보냈다. 예컨대 강릉종합운동장은 ‘강릉 하이원 아레나’로,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종합경기장은 ‘춘천 하이원 아레나’로 각각 표기하겠다는 것이다.
긍정적 답변을 한 강릉시와 달리 춘천시는 비공개 공문을 통해 돌연 ‘명칭 변경은 불가능하다’고 회신했다. 춘천에서 열리는 홈경기가 1경기 남았고 이름을 바꾸면 관중들에게 혼란과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강원FC는 안정적 재원 마련을 위해 홈구장 명칭 변경은 다음 시즌에도 유지할 생각이라며 설득에 나섰다. 다른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된 사례를 들며 관중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충분히 안내하겠다고 거듭 협조를 요청했지만 춘천시는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축구 팬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강원FC 공식 서포터즈라는 한 시민은 “춘천에 축구경기장이 1곳 밖에 없는데 어떤 혼란이 야기된다는 말인지 모르겠다”며 “구단 재정이 탄탄해야 좋은 선수를 영입할 수 있을 터인데 춘천시의 판단이 아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가 입장을 바꾸기 직전 벌어진 ‘육 시장 강원FC 출입금지 사건’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원FC는 5월3일 춘천에서 열린 홈경기에 육 시장 출입을 제한했다. 경기장 앞 김병지 대표를 비판하는 불법 현수막을 시가 철거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당시 발길을 돌린 육 시장은 다음 홈경기 불참 의사를 밝히는 등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거절 이유는 공문으로 전달했다”며 “올해 홈구장 명칭을 변경한 강릉에서 불편함이 없었다고 한다면 내년에는 춘천에 적용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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