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과 달리 여름휴가 기간 엇갈려
市, 2025년에는 시내버스 감차 않기로
상인들도 이번엔 “짧게 쉬고 영업”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오른 28일 낮 12시 울산시 북구 명촌동. 현대차 울산공장이 인근에 있어 음식점 100곳 이상이 몰린 곳이지만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썰렁했다.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붐비던 음식점 주변 주차장은 텅 비었다. 한우구이집, 삼계탕집 등 상당수 식당은 ‘여름휴가 갑니다’ 등 휴업 팻말을 붙여두고 문을 닫았다. 반면 차로 20여분 달려 도착한 울산시 동구 전하동 식당가는 분위기가 달랐다. 식당, 카페 곳곳에서 작업복을 입은 근로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름휴가철 울산 도심이 일순간 한산해지는 ‘도심 공동화현상’이 사라졌다.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등 지역 대규모 사업장의 올여름 휴가기간이 달라진 때문이다.

3만여명의 근로자가 일하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생산라인 가동을 멈춘다. 25일 노조창립일 휴무일과 휴가 전후 토·일요일을 포함하면 9일이 휴가기간이다. 울산 효문·매곡공단, 경북 경주 외동공단에 있는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300여곳, 10만여명의 근로자도 피서를 떠났다.
하지만 1만여명 규모인 HD현대중공업은 현대차의 여름휴가가 끝나는 다음 달 4일부터 14일까지 휴가에 나선다. 15일 광복절과 토·일요일을 더하면 최장 16일의 휴가다. 3000여명의 직원이 있는 HD현대미포 등은 HD현대중공업과 같은 일정으로 더위를 피한다.
울산은 매년 여름휴가철인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명절 귀향 인파로 서울시내가 일순간 텅 비어지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등 지역 대규모 사업장이 집단으로 여름휴가로 돌입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울산 전체 인구는 110만명 정도인데 3분의 1 정도인 30만명 이상이 현대자동차, HD현대중공업 등 현대 관련 종사자와 그 가족이다. 이에 이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지역 자영업자 상당수도 비슷한 시기에 휴가에 나서면서 도시가 한산해졌다. 그런데 올해는 이들 대규모 사업장들의 휴가기간이 엇갈리면서 예년과 같은 모습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울산 남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52)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의 여름휴가에 맞춰 우리 가족의 휴가를 7말8초 기간에 길게 다녀왔다”면서 “올해는 이틀 정도만 짧게 쉬고 영업을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울산시도 이들 기업의 여름휴가 기간에 진행하던 시내버스 감차를 올해는 하지 않기로 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업끼리 일부러 휴가를 맞췄던 것은 아니고, 단체협약에 따라 휴가기간을 정해 왔다”면서 “올해는 광복절인 휴무일과 연결하다 보니 타 기업과 휴가기간이 엇갈리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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