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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당연했던 편리함, 돌아보니 소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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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30 22:42:25 수정 : 2025-07-30 22: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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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방학을 맞아 2년 만에 튀르키예에 갔다.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니 참 좋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국 생활에 익숙해진 탓인지 여기 생활에 대해 당황하거나 답답함을 느끼는 순간도 있다. 특히 전기, 물, 인터넷처럼 현대 사회의 필수적인 인프라 부분에서 큰 차이를 느꼈다.

내가 한국에 산 지 벌써 7년이 되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전기나 물이 끊기는 일을 겪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튀르키예에서는 여전히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 이번 방문에서도 그런 일을 직접 겪었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튀르키예 친구도 이번에 고향에 들렀는데, 일부는 휴가로 쓰고, 일부는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하루는 집에서 일하는 중 갑자기 전기가 끊겨 재택근무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근처에는 인터넷이 되는 카페도 없었고 결국 한국에 있는 상사에게 상황을 설명하자 상사는 매우 놀랐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과거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내가 어렸을 때는 밤에 전기가 자주 끊겨서 촛불을 항상 준비해 두었고 숙제를 하지 않은 친구들은 “전기가 끊겨서 못 했다”라고 변명하기도 했다. 현재는 앙카라나 이스탄불 같은 대도시는 많이 안정되었지만 지방에서는 아직도 이런 일이 종종 벌어진다.

알툰 하미데 큐브라 남서울대학교 조교수

우리 부모님은 모두 시골 출신이다. 명절마다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인사드리러 가시는데 아버지 고향에서는 물이 구역별로 돌아가며 공급된다. 예를 들어 마을이 A, B, C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면 A구역에는 월·화요일, B구역은 수·목요일, C구역은 금·토요일에만 물이 나온다. 그래서 시골집에는 항상 큰 플라스틱 통을 준비해 물 나오는 날에 받아두고, 샤워할 때도 그 물을 끓여서 사용한다. 어릴 때는 당연히 그러려니 했지만, 지금까지도 이렇게 하는 것을 보면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다.

튀르키예에서 전기나 물이 아직도 끊기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국 사람들은 궁금할 것이다. 주된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튀르키예는 면적이 넓고 산악 지역이 많아 전력망과 수도관 정비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 소도시나 시골 지역은 인구가 적어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 둘째,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관리 시스템이 취약하다. 셋째, 튀르키예에서는 전기와 수도 서비스의 일부가 민영으로 운영된다. 특히 2013년부터 전국 전기 배전 서비스가 민간 기업에 넘어간 이후부터는 일부 지역에서 인프라 투자가 부족하거나 고장 대응 시간이 길어졌다고 한다.

튀르키예에서 생활하면서 또 한 가지 불편했던 점은 인터넷 속도다. 무언가를 검색하거나 친구가 보내준 사진을 확인하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린다. 한국에서 살기 전에는 이런 것이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이제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져인지 몇 초의 기다림도 답답하게 느껴진다. 특히 한국과 달리 공공장소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찾기 힘들다는 점도 매우 아쉽다. 튀르키예 지하철에서는 인터넷은 물론, 통신 자체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인프라는 국가별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앞선 한국의 인터넷 환경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한국과 튀르키예, 두 나라 모두 나에게 소중한 곳이다. 하지만 일상의 작은 불편을 통해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알툰 하미데 큐브라 남서울대학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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