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직장인들이 업무 시간 중 상당 부분을 행정 처리, 자료 검색, 정기 보고 등 반복적인 작업에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업무에 시간이 몰리며 전략적 사고나 창의적인 아이디어 개발 등 고부가가치 업무는 뒷전으로 밀리는 실정이다.
클라우드 플랫폼 기업 드롭박스(Dropbox)는 영국 여론조사기관 유고브(YouGov)와 함께 진행한 글로벌 근로자 인식 조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전일제 및 시간제 근로자들은 매년 약 251억 시간을 비핵심적이고 반복적인 업무에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전 세계 7개국 만 18세 이상 근로자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 중 한국 응답자는 600명 이상이었다. 한국 응답자의 답변은 국내 15세 이상 근로자 약 2900만 명을 대표하는 가중치를 적용해 분석됐다.
응답자들은 업무 시간 중 상당 부분을 반복적이거나 전략성이 낮은 업무에 쓴다고 답했다. 한국 응답자의 68%는 매주 최대 10시간을 행정 및 반복 업무에, 70%는 정보 검색과 자료 관리에, 66%는 보고서 작성 등 정기적인 분석 업무에 소비한다고 밝혔다.
이를 종합하면 연간 251억 시간에 달하며 이는 한국 전체 근로 시간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반복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 탓에 실제로 창의력이나 전략 수립이 필요한 업무에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국 응답자 가운데 절반가량은 전략 회의, 주요 의사결정 등 고부가가치 업무에 주당 5시간 이하만 할애하고 있다고 답했다. 창의적 사고, 새로운 솔루션 개발과 같은 업무에 충분한 시간을 쓰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1%에 그쳤다. 이는 글로벌 평균인 각각 47%와 40%에 근접한 수치지만, 한국 응답자의 체감도는 훨씬 높았다. 한국 근로자 50%가 최근 업무에서 ‘창의력이 떨어졌다’고 느낀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글로벌 평균(34%)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반복적인 업무가 창의적 역량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은 자원 부족 때문이 아니었다. 한국 근로자 중 55%는 일상 업무에 필요한 도구나 시스템이 충분하다고 응답했고, 66%는 수행할 시간도 충분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작 ‘창의적 업무나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작업’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7%에 불과했다. 업무 자체보다 시간 배분 방식이 문제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처럼 반복 업무에 피로를 느끼는 한국 근로자들은 AI(인공지능) 도입에 가장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 응답자 중 절반 이상(55%)은 “AI를 도입해 매주 최대 4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면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글로벌 평균(39%)을 크게 상회한다. 반면, “AI를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고 답한 비율은 9%에 불과해, 글로벌 평균(28%) 대비 월등히 낮았다.
응답자들은 AI 도입을 통해 반복 업무 부담을 덜고, 궁극적으로는 업무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업무 시간 중 1시간이 추가로 주어진다면 무엇에 쓰겠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자(30%)가 ‘업무량을 줄여 스트레스를 완화하겠다’고 답했다.
드롭박스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단순한 생산성 향상이 아닌 업무 방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신재용 드롭박스 한국·베트남 총괄 매니저는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는 지금, 단순히 더 많은 업무를 해내는 것이 중요한 시대는 지났다”며 “핵심은 불필요한 방해 요소를 제거하고, 본질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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