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여자 골프 세계 1위를 달리던 로티 워드(21·잉글랜드)는 이달 초 레이디스 유러피언투어(LET) 아일랜드오픈 우승에 이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에 오르는 빼어난 성적을 냈다. 하지만 두 대회 상금 약 8억7000만원은 받지 못하고 뒤 순위 선수에게 양보해야 했다. 규정상 아마추어는 상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에비앙 챔피언십 성적을 토대로 아마추어 선수에게 LPGA 투어 출전 자격을 주는 엘리트 아마추어 패스웨이(LEAP)를 통해 곧바로 LPGA 투어 회원 자격을 얻었다. 이에 워드는 지난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프로 전향을 전격 선언했다.

‘괴물 신인’ 워드가 자신의 투어 정식 데뷔전에서 곧바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워드는 27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에어셔의 던도널드 링크스(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ISPS 한다 스코틀랜드 여자오픈(총상금 200만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4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를 적어낸 워드는 김효주(29·롯데)를 3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첫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우승 상금은 30만달러(약 4억 1000만원).
LPGA 투어 정회원 데뷔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1951년 베벌리 핸슨, 2023년 로즈 장(이상 미국)에 이어 워드가 세 번째다. 워드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 대회를 제패했고, 메이저 대회인 AIG 여자오픈에서 공동 10위에 올랐다. 특히 이달 초 LET 아일랜드오픈에서 쟁쟁한 프로 선수들을 상대로 6타 차 압도적인 우승을 거뒀다. 또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도 우승 경쟁을 펼쳤고 1타가 모자라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했다.
키 173㎝인 워드는 이번 대회에서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 270야드의 장타를 펑펑 날렸는데 페어웨이 안착률 73.2%를 기록할 정도로 정확도가 뛰어났다. 여기에 자로 잰 듯한 명품 아이언샷까지 갖춰 그린 적중률 84.7%를 기록했다. 라운드 당 평균 퍼트 수는 28.3개로 뛰어난 퍼트 감각까지 선보였다. 한마디로 못하는 샷이 거의 없는 만능선수라는 사실을 입증하면서 단숨에 여자 골프의 새 강자로 떠올랐다. 워드는 경기 뒤 “프로 첫 대회에서 우승해 더 특별한 기분”이라며 “다른 선수들의 추격이 있었지만 끝까지 선두를 지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사람들이 상금 얘기를 많이 했지만 아직 우승 상금이 얼마인지 모르겠다”며 “상금 때문에 대회에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맹렬한 추격전을 펼친 김효주가 14번 홀까지 6타를 줄이며 워드와 공동 선두를 이뤘지만 워드는 신인답지 않게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13~14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 다시 앞서 나갔고 16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가볍게 버디를 낚으며 우승을 자축했다. 반면 김효주는 15~16번 홀에서 뼈아픈 연속 보기를 범하며 추격의 동력을 잃었다.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3월 포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효주는 4월 메이저 대회 셰브론 챔피언십 준우승 이어 시즌 두 번째 준우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에 31일(현지시간) 개막하는 메이저 대회 AIG 여자오픈에서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김세영(32·메디힐)이 공동 3위(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했고 이미향(32·볼빅)이 공동 8위(9언더파 279타)에 올라 시즌 세 번째 톱10에 진입했다. 최혜진(26·롯데)은 공동 10위(8언더파 280타)를 기록, 최근 6개 대회에서 5번째 톱10 성적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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