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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농해수위 ‘30개월령 이상 美소고기 개방 심의’ 반기… 당·정 엇박자 조짐

입력 : 2025-07-27 18:58:43 수정 : 2025-07-27 21:01:46
조희연·채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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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물 수입 확대 우려

“소고기 건드릴 생각 없다”던 정부
협상 시한 앞두고 “농산물 포함”

부칙에 ‘소비자 신뢰 회복’땐 심의
“회복 근거 없어… 후속 절차 불가”
與 농해수위 의원 강력 반발 나서
“농업 또 통상 희생양 삼아선 안돼”

한·미 관세협상 대상에 농산물이 포함되면서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 내 농촌지역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표면화됐다. 구체적인 협상 품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측이 타국에도 수입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소고기’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사태 당시 만들어진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개방 사전 국회 심의’ 절차를 밟지 않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농축산물 수입 확대를 놓고 당과 정부 간 균열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27일 세계일보 취재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여당 의원들은 수입 소고기 추가 개방과 관련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보고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개방은 심의할 수 없다”는 기류를 보이고 있다. 가축전염병 예방법 부칙 제2조는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됐다고 판단돼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또는 쇠고기 제품을 반입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국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한다. 이 조항은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국민들이 대규모 촛불시위를 펼치면서 만들어진 규정이다. 수입산 소고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자 국회가 ‘소비자 신뢰가 회복됐을 때’ ‘국회 심의하에’ 소고기 수입을 확대하겠다고 국민에 약속했던 셈이다.

 

미국의 상호 관세 협상 마감 시한을 앞두고 30개월 이상 소고기나 쌀 등 국내 농축산물 시장 개방이 대미 협상 테이블에 오른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미국산 소고기. 뉴스1

농해수위는 지금으로선 첫 번째 조건인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회복됐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 자료가 없다고 본다. 농해수위 여당 관계자는 “정부가 ‘여론조사 등 국민 의식을 조사해보니 월령 제한을 풀어도 시장에 큰 변화가 없고 소비자 신뢰에 영향이 없다는 게 확인됐다’고 객관적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조건인 ‘신뢰 회복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두 번째 조건인 ‘국회 심의’ 절차도 밟을 수 없다는 게 농해수위 여당 측 주장이다. 정부가 심의 없이 소고기 시장을 개방한다면 법안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가 협상에서 소고기 시장을 개방하기로 해도 국회 심의 절차에서 충돌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애초 소고기 월령을 변경할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관련 인식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농식품부는 애초에 소고기 월령과 관련된 것을 건드릴 생각이 없다”며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저희가 소고기 관련 소비자 인식조사를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소고기, 쌀, 사과 등 농축산물은 대미 협상 품목에서 제외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소고기를 거부한 나라들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히는 등 미국의 농축산물 개방 압박 수위가 세지는 형국이다. 대통령실은 전날 농산물도 대미 협상 품목에 포함돼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통상대책회의 브리핑하는 위성락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왼쪽)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통상대책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농산물의 대미 협상 활용 가능성이 공식화하면서 여당 내 반발 목소리는 표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농해수위 위원들은 전날 성명을 내고 “또다시 농업을 통상협상의 희생양으로 만들려고 하는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농축산물 추가 개방이나 검역 완화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그동안 국제 통상 협상 고비마다 정부가 농축산물을 희생양 삼아온 탓에 곡물자급률이 하락하고 농가 부채가 급증하는 등 농촌의 피해가 가중됐다며 “또다시 농업이 희생을 강요받는다면, 이는 단순한 경제적 타협이 아니라 식량 주권과 국민 생존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심각한 과오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식량 주권과 검역 주권은 일시적인 외교성과나 수출 확대의 수단으로 거래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국민 건강과 생존을 지탱하는 농업의 가치는 결코 협상의 유연성이라는 이름으로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조희연·채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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