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의 8·2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찬대·정청래 의원의 선명성 경쟁이 도를 넘고 있다. 정 의원이 국회 본회의 의결로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자, 박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45명을 대상으로 ‘윤석열 내란 방패 45인 제명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두 후보는 모두 ‘내란 특별재판부’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하나같이 헌법 원칙과 정당 민주주의 원리를 훼손하는 공약이지만 두 사람은 ‘묻고 더블로 가’라는 식이다. 집권당 대표가 되겠다는 후보들의 공약이라기엔 과도하고 급진적이다.
현행 헌법상 정당 해산은 정부만이 청구할 수 있다. 지금도 여당 내에서는 계엄·탄핵 사태를 고리로 국민의힘 해산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있다. 그렇지만 관련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여당의 국민의힘 해산 요구에 동조하기는 쉽지 않다. 국민의힘 의원 45명은 지난 1월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섰다는 이유로 제명 대상에 올랐다. 국회의원 제명은 이들에게 권력을 위임한 국민의 의사를 뒤집는 것이어서 헌법은 매우 엄격한 의결 정족수 조항(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을 두고 있다. 국민의힘이 반대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공약이라고 내건다.
정·박 의원은 각각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중진 정치인인데 법을 몰라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위헌 소지가 크고 비현실적이지만 이런 공약이 당 대표 경선을 좌지우지하는 강성 지지층에 먹히기 때문이다. 당 대표 경선에선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센 권리당원 비중(55%)이 가장 높다. 룰이 이러니 후보 탓만 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경선 룰이 지지층만 바라보는 외눈박이 정치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여당의 경선 룰은 민심을 폭넓게 반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국민주권정부’라는 기치에 부합할 것이다.
여당이 강성으로 치달으면 필연적으로 갈등 정치를 낳는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정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지만, 우리처럼 여당이 라이벌 정당을 말살하겠다는 듯이 공격하는 정도는 아니다. 대통령은 취임 이후 협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데 여당은 제1야당을 겨냥해 정당 해산과 의원 제명을 추진한다고 하니 어느 쪽이 진의인지 국민은 혼란스럽다. 여당은 절제해야 한다.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는 자신이 던진 부메랑에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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