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은 반려견을 품에 안고 매일 3시간씩 산책을 하는 여성의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22일 JTBC 시사·교양 ‘아무도 몰랐던, 비하인드’는 전북 전주시 중화산동 인근에 출몰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미라’ 상태의 강아지를 안고 다니며, ‘관심을 보이며 다가서는 사람들에게는 행패를 부린다’는 제보를 받고 제작진이 찾아간 곳에서는 CC(폐쇄회로)TV에 포착된 A 씨가 있었다.
A 씨는 항상 품에 강아지 두 마리를 안고 다녔는데, 한 마리의 강아지는 살아 있었지만 다른 한 마리는 사체였다. 이웃들은 이를 두고 ‘죽은 강아지를 박제해서 다닌다’고 알고 있었다.

‘비하인드’ 프로그램 제작진은 A 씨에게 다가가려 했으나, A 씨는 제작진을 밀치고 가방에서 물을 꺼내 뿌리는 등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A 씨는 기온 36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강아지들을 품에 안은 채 3시간을 걸었고, 제작진은 A 씨의 이 같은 하루를 6일간 동행한 끝에 A 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살아 있는 반려견의 이름은 ‘김뽀엘’, 죽은 반려견의 이름은 ‘김뽀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박제 전문가는 죽은 반려견의 사진을 면밀히 본 후 “박제가 아니다. 박제는 살아 있을 때의 온전한 모습을 약품처리 한 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다”라며 “자연 건조된 것”이라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오랜 시간 동안 마르고 부패하였지만, 그 흔적마저 닦아내며 품에서 죽은 반려견을 놓지 않았던 A 씨는 “눈을 뜨고 움직이면 나쁜 남자들이 나쁜 행동을 할까 봐 이렇게 잠자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집을 찾은 제작진에게 A 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A 씨는 “내 생각과 정반대인 사람과 결혼했다. 가정적인 사람인 줄 알고 결혼했는데, 밖으로만 생활하니 제대로 된 결혼생활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이혼의 아픔을 추스르기도 전에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7년의 항암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때 분양받은 반려견 두 마리는 A 씨의 곁을 지켜온 존재였다. A 씨는 반려견들을 두고 “내 옆에 남아 있는 유일한 내 편, 나의 분신, 자식들, 운명”이라고 말했다. 그의 표현에서 지금껏 A 씨가 반려견과 주고받은 사랑의 크기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반려동물의 죽음 후 겪는 심리적 고통을 의미하는 ‘펫로스 증후군’을 넘어서 정신적 고통의 한계에 다다른 것처럼 보이는 A 씨에게 제작진은 반려견의 건강검진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사체를 안고 다니는 게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분리하는 게 훨씬 도움될 것 같다”고 조언했지만, A 씨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에 더해, A 씨를 돕기 위해 전주시청이 나서 전주시청 측은 “생활복지과, 주민센터, 사회복지관 등에 해당 사실을 공유하고 유대관계를 쌓아서 A 씨를 지원하겠다”고 전했으나 A 씨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이야기를 접한 시청자들은 "하루빨리 주변의 도움을 받아들일 수 있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이정문 온라인 뉴스 기자 moon7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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