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대전 용산초 교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부부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지역교육계가 반발하고 있다.
대전교사노조는 24일 성명을 내어 “고인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인민재판’이라 표현하며 명예를 훼손한 행위에 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판결은 납득할 수 없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교사노조는 “생활지도를 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하고 수년간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끝내 목숨을 잃었다”며 “이번 판결은 다른 교사들에게 또다시 깊은 상처를 안겼으며 교권 보호는 다시 한 걸음 뒤로 물러나게 됐다”고 규탄했다.
전날 대전지법은 사자명예훼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1)씨 부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 부부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16차례의 악성 민원을 제기했다.
순직한 교사는 2019년 B군의 담임교사로 재직했는데 당시 수업을 방해하고 친구를 폭행한 B군에 교육 지도를 했다. B군 학부모는 해당 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하고, 수차례 악의적인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불특정 다수의 손님들에게 “담임선생님이 인민재판을 한다”는 말을 하고,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려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런 사연으로 A씨 부부의 명예훼손 혐의가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숨진 교사가 B군이 잘못하자 반 친구들에게 의견을 구한 후 교장실로 데려간 사실은 수사 기록 등 객관적 사실과 합치한다”며 “이 같은 사실을 다른 학부모들로부터 들은 A씨 부부가 이를 인민재판식 처벌방식으로 표현했다 하더라도 다소 과장된 표현이라고 보일 뿐 허위 사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단순히 학부모 입장에서 고객들에게 한 말 역시 교사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의도를 가지거나 이런 결과가 발생할 것을 인식한 상태에서 한 것이 아니라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지속적인 민원과 괴롭힘에 시달리던 교사는 2023년 9월 극단적 선택을 했고 지난해 6월 공무상 재해로 인한 순직으로 인정받았다.
교사노조는 “교육 현장에서 한 교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학부모의 반복된 민원과 비방 행위는 분명히 교권을 침해한 것이며 이는 결코 묵과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번 판결이 가해자의 책임을 면제하거나 그 행위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해석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수의 사람에게 교사를 모욕한 사실에 대해 고의성이 없다고 본 사법부의 인식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끝내 한 교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학부모가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는 현실에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교사를 지키는 것은 곧 학교와 교육을 지키는 일”이라면서 “교사노조는 고인의 명예 회복과 교권 회복을 위한 모든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