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SSG, 25일부터 대전서 3연전 펼쳐
1년 선후배 류·김, 2000년대 주름잡아
대표팀서 2008년 올림픽金 합작하기도
15년 전 첫 격돌 기회 우천 취소로 무산
류 “타자만 집중”… 김 “기대돼” 온도차

프로야구 팬들이 꿈꿔온 경기가 드디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00년대 KBO리그와 국가대표 에이스로 활약한 좌완 트로이카 ‘류김양’(류현진·김광현·양현종) 중 한 번도 성사되지 않은 선발 매치업이 눈앞에 펼쳐지게 됐다. 한화 류현진(38)과 SSG 김광현(37)이 26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역사상 첫 맞대결을 펼친다.
류현진과 김광현은 지난 20일 각각 수원 KT전, 인천 두산전에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두 선수가 같은 날 마운드에 오르면서 그때부터 둘의 선발 맞대결에 야구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우천 취소 등의 변수가 있긴 했지만, 24일까진 순조롭게 두 팀이 정상적으로 일정을 소화했다. 25일 역시 일기예보상으로 전국에 맑은 날씨다. 이대로라면 26일 대전에서 열리는 한화와 SSG의 맞대결에서 류현진과 김광현이 처음으로 ‘진검승부’를 펼치게 된다.

1987년생의 류현진(2006년 KBO리그 데뷔)과 1988년생 김광현(2007년 데뷔)은 각각 프로 19, 18년 차지만, 아직 공식전에서는 한 번도 나란히 마운드에 선 적이 없다. 2010년 5월23일 대전에서 둘이 나란히 선발투수로 예고됐지만, 비로 경기가 취소돼 악수로만 헤어지며 맞대결이 무산된 바 있다.
사실 두 선수는 한 팀에서 뛸 수도 있었다. 인천 동산고 출신의 류현진은 2006 신인드래프트에서 SK(현 SSG)의 1차 지명 후보자였다. 그러나 류현진이 고교 2학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은 전력이 있었고, 당시 SK가 박경완(현 LG 코치)의 뒤를 이을 포수 후계자가 필요한 상황이라 인천고 출신 포수랭킹 1위였던 이재원을 지명했다. 2차 지명으로 밀린 류현진은 2차 1라운드 2순위로 한화의 선택을 받았고, 데뷔 첫해인 2006년 18승6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23 204탈삼진으로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타이틀을 휩쓰는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며 그해 신인왕과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석권했다. 역대 KBO리그 신인왕과 MVP 동시 수상은 류현진이 유일하다. 2012년까지 KBO리그 최고의 좌완 선발로 군림한 류현진은 2013년부터 무대를 메이저리그로 옮겨 11년간 78승을 올리며 정상급 선발로 활약한 뒤 2024년 다시 KBO리그로 돌아왔다.

안산공고 출신으로 2학년 때부터 청소년 대표팀 에이스였던 김광현은 이듬해 SK의 1차 지명을 받았다. 큰 기대 속에 프로에 입성했지만, 김광현은 데뷔 첫해 3승7패에 그쳤다. 그러나 그해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SK가 1승2패로 밀리던 4차전에 선발 등판해 당시 22승으로 다승왕에 오른 다니엘 리오스를 상대로 7.1이닝 9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로 승리를 거뒀고, 김광현 덕분에 시리즈 분위기를 반전시킨 SK는 4승2패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각성한 김광현은 2년 차인 2008년 16승4패 평균자책점 2.39를 기록하며 SK의 통합우승 2연패를 이끌며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뛴 2020~2021년 2년을 제외하면 김광현은 SK와 SSG를 대표하는 토종 에이스로 활약하며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만 5개를 보유하고 있다. 김광현이 한국과 미국 프로 전체 커리어에서는 류현진에게 다소 밀리지만, 류현진이 없는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을 가지고 있다.

단숨에 KBO리그 최고의 좌완투수로 성장한 류현진과 김광현은 태극마크를 달고서 한국 야구의 전성기를 쌍끌이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에 힘을 보탰다. 두 선수는 내년 3월 열리는 WBC에도 동반 출전을 목표로 밝히고 있다.
두 선수가 서로의 맞대결을 대하는 태도는 사뭇 다르다. 류현진은 지난 20일 “상대 투수와 상관없이 타자에 집중해야 한다. 상대 투수를 신경 쓰다 보면 흔들릴 수 있다. 이는 (김)광현이도 마찬가지”라고 말한 바 있다.
반면 김광현은 23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류)현진이 형이 신경 쓰지 않겠다고 했는데, 분명 신경이 쓰일 것이다. 올해 최고 구속이 나올 게 분명하다”면서 “사실 어렸을 때는 부담이 좀 있었다. 이제는 여유도 많이 생겼고,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겠나 싶다. 재밌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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