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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분 [詩의 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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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26 06:00:00 수정 : 2025-07-24 20: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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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솔아​

​우두둑, 뜯어지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내 머리가 떨어져

​바닥을 굴러가다가 사라졌고

나는 죽었구나

그랬는데

얼마나 더

여분의 목숨이 남아 있을까.

차가운 무릎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면

무릎이 녹아내린다.

무릎이 사라져간다.

사라지고 있는데

살 것 같다.

나를 살게 하는 것들과

나는 만나본 적이 없다.

내 심장은 어떻게 생겼을까.

빨갛고 예쁠까.

무릎에 눈꽃이 피고 있다.

코트를 열어 무릎을 집어넣고 감싼다.

코트 안쪽에 달려 있는 여분의 단추에

나와 닮은 얼굴이 있다.

까맣고 동그랗구나

했는데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문학과지성사) 수록

 

●임솔아​

△1987년 대전 출생. 2013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겟패킹’, 소설집 ‘눈과 사람과 눈사람’,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중편소설 ‘짐승처럼’, 장편소설 ‘최선의 삶’,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등 발표. 신동엽문학상, 문지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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