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던가.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2000년대를 대표하는 선발 투수를 꼽으라면 좌완에서는 클레이튼 커쇼(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우완에서는 저스틴 벌랜더(샌프란시스코)와 맥스 슈어져(토론토 블루제이스), 제이콥 디그롬(텍사스 레인저스)가 경합을 벌이지 않을까. 벌랜더가 슈어져나 디그롬에 비해 우위를 가져가는 부분은 누적스탯과 2011년에 사이영상과 MVP를 석권했다는 것이 있다. 그만큼 벌랜더는 등판 하나하나가 메이저리그 역사인 투수다.

벌랜더는 1983년생이다. 한국 나이로는 어느 덧 마흔 셋.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령 선수다. 전성기 시절 천하를 씹어먹었던 벌랜더지만, 세월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고 했던가. 예전 같지 않은 공으로 16번의 선발 등판에서 1승도 챙기지 못했던 벌랜더가 17번째 선발 등판에서야 첫 선발승을 챙겼다.
벌랜더는 2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2025 MLB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피안타는 1개만 허용했지만, 4사구를 6개나 허용하며 고전했지만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4회까지 무득점에 그치며 벌랜더의 시즌 첫 승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하나 했지만, 5회에 득점에 성공하며 벌랜더의 첫 승을 도왔다. 라파엘 데버스의 솔로포로 선취점을 딴 샌프란시스코는 맷 채프먼의 투런포까지 터지며 3-0으로 앞서나갔다. 5회 등판한 벌랜더는 2사 1,3루에 몰렸으나 드레이크 볼드윈을 삼진으로 솎아내며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샌프란시스코 타선은 벌랜더가 내려간 이후에도 폭발하며 벌랜더의 첫 승을 굳혔다. 6회 데버스가 쓰리런 홈런을 터뜨렸고, 7회에도 3점을 더 뽑으며 9-0까지 점수차를 벌렸다. 결국 샌프란시스코가 애틀랜타를 9-3으로 꺾으면서 벌랜더는 8패 끝에 시즌 첫 승을 거뒀다. 벌랜더의 MLB 통산 263승(155패)째였다.
경기 뒤 벌랜더는 샌프란시스코 동료들에게 와인을 선물 받았다. 벌랜더는 MLB닷컴과 인터뷰에서 “일이 잘 풀릴 때는 모든 걸 당연하게 여긴다. 전반기에 1승도 하지 못한 터라, 이번 승리는 의미가 크다”며 “오늘 경기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벌랜더는 1회부터 제구 불안으로 볼넷 3개를 내주며 40구를 던지며 고전했다. 2사 만루 위기에서 마이클 해리스 2세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실점 없이 첫 이닝을 끝내면서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2005년 짧게 빅리그를 경험하고 2006년 풀타임을 뛰며 아메리칸리그(AL) 신인왕에 오른 벌랜더는 AL에서만 사이영상을 세 차례(2011년, 2019년, 2022년)나 수상했다. 2011년에는 AL MVP도 따냈다. 통상적으로 타자에게 주어지는 MVP를 따낸 투수는 거의 없다. 현역 중에는 오로지 커쇼(2014년)와 벌랜더에게만 허용된 영역이다.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어도 사이영상과 MVP를 동시에 받은 선수는 벌랜더와 커쇼를 포함해 10명에 불과하다.
슈퍼스타지만, 벌랜더도 샌프란시스코 이적 후 첫 승을 올리기까지 마음고생했다. 벌랜더는 “몸도 마음도 힘든 시기였다”고 털어놨다.
이정후도 팀 동료이자 야구 선배인 벌랜더의 시즌 첫 승을 축하했다. 다만 방망이로 도울 순 없었다. 시즌 타율 0.246으로 고전 중인 이정후는 이날 결장했다. 이정후가 교체 선수로도 출전하지 않은 건, 올 시즌 6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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