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의 빠진 이재민에…” 익명 기부천사 또 온정의 손길

현금 500만원·손편지 등 전달
재난 때마다 온정… 누적 7억

재해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익명으로 성금을 보내온 경남 지역 기부천사가 ‘괴물 폭우’ 희생자 추모 및 피해 복구에 힘써 달라며 온정의 손길을 보냈다.

23일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에 따르면 전날 오후 모금회 사무실 앞으로 상자 하나가 배달됐다. 상자 속에는 현금 500만원과 국화꽃 한 송이, 손편지가 담겨 있었다.

경남 지역 익명의 기부천사가 최근 ‘괴물폭우’ 희생자를 추모하며 피해 복구에 써달라며 보낸 성금과 손편지.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손편지에는 “국지성 집중호우로 희생된 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삶의 터전을 잃고 실의에 빠진 이재민께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라는 내용의 추모글이 적혀 있었다. 현금과 관련해선 “약소한 액수이지만 복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힘내십시오”라고 밝혔다.

경남사랑의열매 측은 손편지 용지와 필체를 봤을 때 2017년부터 나눔캠페인과 재난이 있을 때마다 성금을 보낸 익명의 기부자와 동일인으로 짐작하고 있다. 그는 영남권 대형 산불 직후인 올 4월 피해 복구에 보태달라며 성금 500만원을 기탁했다.

또 사랑의열매가 주관하는 연말·연시 희망나눔캠페인에도 2017년부터 매년 기부했고 2019년 진주 아파트 화재 사고, 2020년 코로나19와 호우, 2022년 강원·경북 산불, 우크라이나 전쟁, 10·29 이태원 참사, 2023년 경기 화성공장 화재, 2024년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 대형 자연재해·사회재난이 있을 때마다 성금을 쾌척했다. 그가 지금까지 보낸 기부금만 7억원에 달한다고 사랑의열매는 전했다.

강기철 경남사랑의열매 회장은 “이름도 얼굴도 알 수 없지만 누군가가 아픔을 마주할 때마다 조용히 손을 내미는 기부자께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창원=강승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