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대변혁기 조속 적응을”
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통상환경 변화, 중동지역 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최근 한국 증시는 연일 고점을 높여가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차 세계대전 종료 당시에 비교될 만큼 대격변기에 놓인 지금이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도약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23일 세계일보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증권시장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서울 여의도동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개최한 ‘2025 세계증권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대외 여건 변화와 ‘코스피 5000’으로 상징되는 새 정부 증시 부양책을 우리 경제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조강연을 맡은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현재의 상황이 기술·산업·에너지 전환, 자국 우선주의 확산, 안보 위기 등을 겪은 1차 세계화 종료 시점 즉 20세기 초반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이런 대변혁기에는 다양한 위험과 도전이 산재하지만 새로운 혁신 유인도 대폭 확대된다”면서 “신기술의 적극적 수용, 초격차 기술 확보, 새로운 시장 기회 창출 등을 통해 패러다임 대변혁기에 얼마나 빠르고 효과적으로 적응하느냐가 국가나 기업의 중장기 성패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수출주도형 성장에 의존해 온 우리 경제는 미국의 관세정책뿐 아니라 온쇼어링(제조시설의 국내 유치) 압력, 고령화 등으로 인해 성장잠재력이 2%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이 원장은 “일본과 독일은 증권, 채권, 해외 직접투자가 활발해 무역수지가 적자여도 경상수지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서 “우리나라는 그동안 상품 수출에만 집중해 경상수지가 추세적으로 약화할 수 있는 만큼 서비스수지뿐 아니라 투자소득을 포함한 본원소득 수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선호와 자산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총괄 이사는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공시 의무, 자사주 소각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하는 한편 장기 투자 문화 확산을 위해 배당 분리과세 조기 확정,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제도 개편 등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재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면서 “금융당국도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에 ‘원스트라이크 아웃’으로 단호히 대응하는 등 건전한 시장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태양이 비추고 있을 때 지붕을 고쳐야 한다’고 했듯이 지금처럼 시장이 투자자들의 기대와 신뢰를 받을 때야말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가 가능하다”면서 “자본시장 인프라를 개선하고 장기투자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