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한 고등학교 학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교사에게 음란 사진과 메시지를 전송한 사건을 두고 교권보호위원회가 ‘교육활동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려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역 교원단체들은 ‘상식 밖의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북교원단체총연합회는 23일 전북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학생의 행위는 명백한 성희롱인데도 교권보호위가 면죄부를 줬다”며 “교육부 지침을 무시한 결정은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북교총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6월 중순 전북 모 고교에서 발생했다. 여교사 B씨는 수업 운영과 학생 상담 등을 위해 운영하던 SNS 채널을 통해 학생 A군으로부터 성기를 찍은 사진과 성희롱성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해당 메시지는 열람 후 자동 삭제되는, 이른바 ‘폭탄 메시지’ 기능이 적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란 B교사는 학교에 이를 즉시 신고했고, 학교 측은 가해 학생과의 긴급 분리조처한 뒤 지역 교육지원청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청했다. 교보위는 이 사안을 두고 회의를 열었지만 “교육활동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문제가 된 사진 등을 SNS 채널로 전달했고, 메시지를 보낸 시간이 방과 후이기 때문에 교내에서 이뤄지는 교육 활동과 연관성이 없는 사적 영역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판단에서다.
피해 여교사는 수업 등을 통해 학생과 직면 대면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교보위 결정으로 학생과 교내 한 공간에서 지낼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해당 학생은 사건 이후 피해자의 고소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조사에서 자신의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교총은 “문제의 SNS 채널은 교육 목적으로 사용된 공식적인 소통 창구인 데도 통신 수단이나 시간 등을 이유로 교육 활동과 무관하다고 판단한 것은 시대착오적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오준영 전북교총 회장은 “교육부 매뉴얼에는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를 교권 침해로 명시하고 있으며, 퇴근 후 벌어진 일도 예시로 들어 있다”며 “교보위의 판단은 교육 당국 스스로 기준을 부정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전북교사노조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해당 사건은 교육활동 침해이자 디지털 성폭력 범죄에 해당한다”며 “교사의 인격과 권위를 무너뜨린 결정에 대해 교보위는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위원회 구성에도 문제를 제기하며 “교사 위원 비율 확대 등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두 단체는 관할 교육지원청과 전북도교육청 교육감 권한대행에게 교보위 결정 철회와 피해 교사에 대한 회복 조치, 위원회 구성 개편 등을 공식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해당 교육지원청은 “위원회가 숙의 과정을 거쳐 자율적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교육지원청이 이에 개입할 권한이 없기에 행정심판 등 제도적 절차를 통해 판단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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