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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의 공 하나는 팀을 웃고 울린다…정해영-한준수 배터리의 안이했던 볼 배합 하나가 대역전승을 그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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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23 10:11:40 수정 : 2025-07-23 10:14:16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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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가장 중압감이 큰 보직을 꼽으라면 단연 마무리 투수다. 자신의 공 하나에 팀 동료들이 애써 만들어놓은 승리를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무리 투수는 팀 내 불펜 투수 중 가장 강력한 구위에다 강한 멘탈을 가진 선수들이 맡아야 한다. 강력한 구위가 있어야 긴박한 리드 상황에서 상대 타자들을 찍어누를 수 있고, 강한 멘탈이 있어야만 전날 팀 승리를 날리더라도 평정심을 되찾고 다시 자신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정해영.

22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LG의 경기는 마무리 투수의 공 한 개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다.

 

이날 경기는 KIA 선발 제임스 네일과 LG 선발 송승기의 투수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이름값이 주는 중량감만 보면 네일의 우세지만, 경기 초반 리드를 잡은 건 LG였다. 4회 김현수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은 LG는 6회 문보경이 네일을 무너뜨리는 3점 홈런을 터뜨리며 투수전을 끝냈다. KIA는 6회 베테랑 최형우의 솔로포로 한 점을 따라붙었다.

8회말 KIA 공격부터 경기가 요동쳤다. 7회 셋업맨 김진성을 올려 무실점으로 막은 LG는 8회엔 또 다른 필승조 이정용을 올렸다. 그러나 이정용은 김선빈에게 볼넷, 최형우에게 2루타, 나성범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하며 1사 만루에 몰렸고, LG 염경엽 감독의 선택은 마무리 유영찬의 ‘5아웃 세이브’였다.

 

KIA 이범호 감독의 대타 작전이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다. 이우성 대신 내세운 고종욱이 친 타구는 빗맞았지만, 좌익수 김현수가 잡을 수 없는 좌익선상에 떨어지며 2타점 적시타가 됐다. 3-4. 이어진 1사 1,3루에서 오선우가 볼넷을 골라내며 다시 만루를 만들었고, 김태군 대신 대타로 나선 한준수가 우익선상 2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5-4 역전에 성공했다. 김호령의 적시타까지 터지며 유영찬은 넉다운됐다. 3점차 리드를 날리고 2점차 역전을 허용하자 염경엽 감독은 부랴부랴 장현식을 올렸지만, 장현식마저 박찬호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점수차는 7-4까지 벌어졌다.

9회초 LG 공격. KIA 이범호 감독의 선택은 당연히 마무리 정해영. 이날 경기 전까지 25세이브를 기록 중이던 정해영은 이날 세이브를 추가하면 세이브 1위 박영현(KT, 26세이브)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요기 베라가 말했던가.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정해영도 유영찬처럼 팀 승리를 뒤엎었다. 그나마 유영찬은 1사 만루 위기 상황에서 올라왔으니 핑계라고 가능하지만, 정해영은 3점차 주자 없는 편한 상황에서 올라왔으니 더욱 스타일을 구겼다.

 

정해영은 선두타자 천성호를 투수 땅볼로 잘 잡아냈으나 오지환과 박관우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1사 1,2루에 몰렸다.

타석엔 박해민.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홈런은 딱 1개만 때려낼 정도로 일발장타 능력은 없었던 박해민이어서였을까. 정해영은 초구로 시속 147km짜리 포심패스트볼을 한 가운데에 집어넣었다. 박해민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벼락같이 잡아당긴 타구는 115m를 날아가 KIA챔피언스필드 우측담장을 넘기는 동점 3점 홈런으로 연결됐다. 8회에만 6점을 내주며 경기를 내주는 듯 했던 LG는 다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정해영의 멘탈은 무너졌다. 구본혁에게 안타를 맞고 마운드를 조상우에게 넘겼지만, 이미 불타오른 LG 타선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조상우도 문성주, 김현수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8-7 LG의 역전. 여기에 수비까지 무너졌다. 문보경이 2루쪽으로 병살타성 타구를 날렸고, 김규성의 송구를 받아 2루를 포스아웃시킨 박찬호의 1루 송구가 어이없는 곳으로 날아갔다. 1루 주자의 슬라이딩 방해도 거의 없었기에 이해가 되지 않는 플레이. 이 바람에 점수는 9-7이 됐다. 그렇게 이날 경기는 끝이 났다.

정해영-한준수 배터리의 안이했던 초구 한가운데 포심 패스트볼. 이 공 하나가 KIA에겐 8회 극적인 6득점을 통한 역전승이 아닌 9회 5점을 내주는 대역전패로 연결됐다.

 

올 시즌 정해영의 성적은 2승5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은 3.94. 풀타임 마무리를 맡은 이후 평균자책점은 가장 안좋고, 블론세이브는 5개에 달한다. 과연 정해영은 ‘호랑이 군단’의 마무리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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