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일의 재편: AI가 지우고, 만들어 내는 것 [더 나은 경제, SDGs]

관련이슈 더 나은 경제, SDGs

입력 : 2025-07-14 10:00:00 수정 : 2025-07-13 21:46:30

인쇄 메일 url 공유 - +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4월10일 발표한 ‘인공지능(AI)에 의한 화이트칼라 직무 대체 및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현재 국내 직무의 AI에 의한 대체율은 약 38.7%인데, 2027년에는 66.7%까지 급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AI에 대체될 확률이 높은 고위험군 직업이 2024년에 1개라고 했을 때, 2027년에는 226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일과 직업의 재편’이라는 큰 변화 앞에 놓여있음을 보여줬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1월 발표한 ‘2025 미래 일자리 보고서(The Future Job Report 2025)’도 AI가 근본적으로 고용 지형을 재편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202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8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동시에 97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단순히 ‘기계가 사람을 대체한다’는 이분법을 넘어 고용 지형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

 

AI의 영향은 더는 반복적 단순 업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22년 챗(Chat)GPT 등장 후 생성형 AI는 금융, 제조, 미디어 등 전 산업에 빠르게 확산되었으며, 단순 반복 작업은 물론이고 기획·분석·의사결정 등 고차원 영역에서도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국내 일자리의 51% AI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중 27%는 대체 위험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법률, 금융, 마케팅 등 전문직에서도 ‘화이트칼라 리세션(recession·불황)’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신입 및 주니어 직군을 중심으로 채용이 정체되거나 감소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글로벌 테크기업 수백곳에서 약 8만명이 AI 대체로 해고되었고, 동시에 미국 내 AI 관련 직군 채용은 1년 새 25% 증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주요 기업은 AI를 중심으로 구조 개편을 단행하면서 개발자, 마케터 등 빠르게 필요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다. 또 신규 AI 관련 직무의 77%는 석사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며, 디지털 접근능력에 따라 기회 격차도 심화하고 있다. 특히 고령자, 저학력층이 자동화의 위협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방송작가, 콘텐츠 편집자,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 성우 등 창의성을 요하는 직업군조차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반면 낙농 종사자, 운동선수, 프로게이머 등 신체적 활동과 숙련 기술이 요구되는 직업군은 상대적으로 낮은 대체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AI가 일자리를 위협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AI를 능동적으로 활용한 직무는 오히려 높은 가치로 재평가되기도 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2025 글로벌 AI 일자리 바로미터’(2025 Global AI Jobs Barometer)에 따르면 AI 기술에 직접 노출된 직군의 임금 프리미엄이 확대되고 있으며, AI 활용 인력의 생산성은 최근 2년간 약 4배가량 급증했다.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프롬프트 엔지니어, AI 트레이너, 데이터 큐레이터, AI 협업 전문가, AI 윤리 담당자 등 신직업군 35만개 이상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특히 AI가 최상의 결과물을 내놓도록 질문을 설계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2023년 글로벌 고용시장 규모가 2억2210만달러, 연평균 30%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고, 이는 203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기술 진화에서 인간의 역할이 재정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AI의 확산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대응도 주목된다. AI 시대의 불평등을 막기 위해 정부, 기업, 개인의 선제 대응이 요구되는데, 재교육과 평생학습, 사회안전망 강화 등 다층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AI 도입은 북미(70%)를 선두로, 아시아와 유럽에서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이는 국가별 제도적 대응과 인력 재편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유럽연합(EU)은 작년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법인 AI 액트(Act)를 제정하여 고위험 시스템 규제와 노동권 보호를 명문화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재교육 및 지원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고용보험 제도 개선, 전환교육 체계 강화, 기존 직업훈련 생계비 대부 한도 확대(1000만원→1500만원, 2월28일 시행) 등 실질적인 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접근법도 주목받고 있다. 이는 AI 의사결정 과정에 인간이 개입해 감시하고 조정하는 모델로, 의료와 자율주행, 콘텐츠 산업 등에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인간의 직관과 AI의 효율성을 결합한 이 새로운 협업 방식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창의성, 공감, 복잡한 사고 등 인간 고유 역량은 더욱 중요한 자산으로 자리 잡고, AI와의 보완적 협업을 통해 인간 중심 분야의 가치를 한층 강화하는 방법이다.

 

일자리는 생계를 넘어 인간의 존엄과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의 공존은 AI의 발전과 인간의 삶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AI 시대의 도전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가능성에 그 의미가 있다. AI와 공존하는 미래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할 때 그 가능성이 확장할 수 있다. 동시에 기술 발전의 혜택이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게’ 정부, 기업, 개인이 함께 책임을 나누고 포용하는 형태로 갈 때 우리는 새로운 성장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최예린 UN SDGs 협회 연구원 unsdgs.yerin@gmail.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샤오팅 '완벽한 미모'
  • 샤오팅 '완벽한 미모'
  • 이성경 '심쿵'
  • 전지현 '매력적인 미소'
  • 박규영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