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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뭉친 독일 대연정, 헌법재판관 선출 놓고 내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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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12 09:55:45 수정 : 2025-07-12 09:55:44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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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지나친 진보 성향 헌법재판관 불가”
진보 “재판관 임명의 오랜 관행 존중해야”

독일 연립여당이 대연정 출범 후 2개월여 만에 연방헌법재판소 재판관 선출을 놓고 심각한 균열에 직면했다. 보수 성향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진보 성향 사회민주당(SPD)이 노선 차이를 봉합한 채 무리하게 탄생시킨 연립정부의 한계가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11일(현지시간) 독일 하원에서 연립여당의 내부 균열로 헌법재판관 선출이 난관에 봉착하자 연정 파트너인 CDU·CSU 연합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오른쪽)와 SPD의 라르스 클링바일 부총리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SPD 대표인 라르스 클링바일 부총리 겸 재무부 장관은 이날 연정 파트너인 CDU·CSU 연합을 성토하며 “리더십과 책임감을 발휘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는 원래 예정돼 있던 헌법재판관 선출을 위한 표결이 연립여당 내부의 갈등 끝에 CDU·CSU 연합의 반대로 불발에 그친 데 따른 것이다.

 

독일 헌재는 총 16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며 연방의회 하원과 상원이 각 8명씩 선출한 뒤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거친다. 하원 몫의 재판관 일부가 공석이 되면서 SPD는 여성 헌법학자인 프라우케 브로지우스-게르스도르프(54) 포츠담 대학교 교수를 후보자로 추천했다. 하원 몫의 재판관 후보자 추천권은 주요 정당들이 의석수에 따라 행사하는 것이 관행인 만큼 CDU·CSU 연합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CDU·CSU 연합 내 강성 보수 의원들이 브로지우스-게르스도르프 교수의 이념 성향을 문제 삼으며 상황이 반전됐다. 독일은 형법 218조에 따라 임신 12주 이내의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브로지우스-게르스도르프 교수는 낙태할 권리는 헌법상 여성의 기본권이란 입장에서 형법 218조에 비판적 태도를 취한다. 그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모든 국민의 백신 접종 의무화를 주장한 점도 보수주의자들을 분노케 했다.

독일 SPD가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추천한 진보 성향의 헌법학자 프라우케 브로지우스-게르스도르프 교수. SPD의 연정 파트너인 보수 성향의 CDU·CSU 연합이 반대하고 나섬에 따라 그의 재판관 선출은 일단 무산됐다. SNS 캡처

결국 CDU·CSU 연합은 연정 파트너인 SPD가 내세운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 충격을 받은 SPD 의원들은 격분해 CDU·CSU 연합 의원들과 격렬한 언쟁을 벌였다. 이로써 브로지우스-게르스도르프 후보자의 재판관 선출은 일단 무산되고 말았다. dpa 통신은 “이번 분쟁은 오랫동안 정당들 간의 타협과 합의에 기반해 최고 법원의 재판관을 임명해 온 전통을 깬 것”이라며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의 연립내각이 취임 2개월 만에 혼란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독일 연정은 징병제 재도입을 놓고서도 심각한 분열상을 나타낸 바 있다. 러시아의 안보 위협에 맞서기 위해선 2011년 폐지한 징병제를 부활시켜 군대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CDU·CSU 연합과 달리 SPD는 현 모병제를 고수하고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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