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해양조사선이 지난해부터 미국령 괌과 대만 동쪽 인근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해역에서 해저지형 스캔 등 탐사활동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해양정보회사 ‘스타보드 마리타임 인텔리전스’에서 제공한 선박 위치정보자료를 분석해 중국 해양조사선들의 2022년과 2024년 운항경로를 추적한 결과 3년 전만 해도 주로 자국 인근 해역에서 활동하던 조사선들이 대만 동부와 괌 동서쪽 250마일(약 402㎞) 해역 등 서태평양에 자주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 동부와 괌 인근은 중국 해군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해역이다. 대만 동부 해안은 대만군의 주요 공군·해군 기지가 있어 중국과 대만 간의 군사 충돌이 발생하면 중국 해군이 우선으로 인근 해역을 장악하려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괌은 전략폭격기와 핵 추진 잠수함 등이 주둔하는 미군의 서태평양 거점이자 중국·북한 견제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전략적 요충지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해역에서 중국 해양조사선들은 느린 속도로 정밀하고 밀집된 경로로 움직였다. 샹양훙 6호를 비롯한 중국 해양조사선 6척은 지난해 한 해 동안 대만 동해안을 따라 인근 해역을 25차례 직선으로 이동했다. 일부 선박은 대만의 12해리 영해에 근접했지만 경계선은 넘지 않아 대만 당국이 대응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조사선들은 또 지난해 괌 주변까지 진출했고 지난달에는 괌 동쪽 해역에서 조사작업을 벌였다. 샹양훙 6호는 괌 인근 해역을 1마일 간격으로 촘촘하게 조사했다. 이들 선박은 소나(수중 음파 탐지기)와 심해 샘플링 장비, 해양 데이터 전송 장치가 부착된 부표, 해상 드론, 수중 글라이드 등을 갖추고 있다. 탄쒀 1호 등 일부 선박에는 수심 6마일까지 이동할 수 있는 유인 잠수정이 탑재됐다.
전문가들은 조사선들이 해저지형을 스캔하고 해류 정보 등을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정보는 향후 태평양에 잠수함을 배치하거나 미국 잠수함을 추적하는 등 군사 활동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해군 정보장교 출신으로 조지워싱턴대에서 강의하고 있는 J. 마이클 담은 심해 데이터를 확보할 경우 잠수함을 숨기기에 좋은 곳인지 나쁜 곳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잠수함 전문가 톰 스테파닉도 중국군이 어디에 기뢰를 설치할지 결정하거나 원거리에서 잠수함을 탐지하는 데에 조사선들이 수집한 정보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조사선은 과학연구와 자원탐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 연구선으로 이러한 활동이 국제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지만 수집하는 자료가 대부분 군사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변국은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필리핀은 지난 5월 자국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중국 조사선이 불법적으로 운항하고 있다며 이를 추적하기 위해 해경 함정과 항공기를 파견했다. 앞서 3월에는 중국 조사선 한 척이 호주 남부 해역을 지나가 호주 정부가 주시했고, 베트남도 자국 배타적 경제수역 내 중국 조사선 활동에 대해 항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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