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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희 주일대사 “日, 사도광산 대응 깨끗하지 못해…더 전향적이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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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10 18:00:00 수정 : 2025-07-10 17:44:31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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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내용 다 추도식에 걸맞아야
원칙 지키려 독자 추모식 진행

과거사, 억제적 대응 지혜 필요
솔직한 대화로 공통분모 찾아야

교류 통해 체감하는 친밀감이
한·일 관계의 든든한 밑거름

박철희 주일본 한국대사는 10일 한·일 간 과거사·영토 문제와 협력 의제 분리 대응을 강조하면서 “골치 아프니까 덮자고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사는 이날 이임식 후 특파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팩트를 돌리면 안 된다. 부정하거나 미화하는 것은 소용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있는 그대로 현실을 인정하면서, 의견이 달라서 목소리가 커지더라도 솔직하게 대화해야지, 서로 책임지지 않으려 하고 피해 가려고 한다면 오히려 문제를 키우고 장기화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박철희 주일본 한국대사가 10일 도쿄 미나토구 한국대사관에서 이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그는 “역사·영토 문제는 서로에게 약간 불만이 있더라도 축소 지향적, 억제적으로 끌고 가는 게 필요하다”며 “현안이 발생했을 때는 끊임없는 대화로 공통분모를 찾고 적절한 타협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문제를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하면서 키워 나가면 당장은 좋을 수 있어도 나중에 통제하기가 힘들어진다는 이유에서다.

 

11개월간 주일대사로 일하는 동안 최대 현안이었던 지난해 사도광산 추도식과 관련해서는 일본 정부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 대사는 “이 문제는 일본 측이 좀 더 전향적으로 나왔어야 한다고 지금도 생각한다”며 “추도식은 형식, 내용 모두 추도식에 걸맞아야 하는데 행사 명칭부터 내용까지 일본 대응은 깨끗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적당한 타협보다는 원칙을 지키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독자적인 추모식을 진행했는데, 올해는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재임 기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는 지난달 19일 도쿄에서 개최한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리셉션’을 꼽았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차 캐나다를 방문한 뒤 귀국한 바로 다음날인데도 행사장을 찾아 한·일 관계 발전의 의지를 보였고, 관방장관과 외무상, 방위상, 재무상, 문부과학상, 환경상 등 일본 정부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박 대사는 “각의(국무회의)는 몰라도 NSC(국가안전보장회의)는 열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오셨다”며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제대로 축하하고 관계를 잘 끌어가야겠다는 일본 지도층의 의사 표시로 볼 수 있었다. 좋은 발자취를 남겼다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국민 간 교류를 통해 피부로 느끼는 친밀감이 한·일 관계의 든든한 밑거름이 된다고 강조한 그는 지난 6월 한 달 간 공항 네 곳에서 양국민을 대상으로 운용한 ‘전용 입국 심사대’가 지속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보였다. 박 대사는 “전용 입국 심사를 경험해본 분들은 다들 좋았다고 하시더라”며 “(출입국 관리)현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겠지만, 국민에게 구체적으로 편익을 주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출신인 박 대사는 윤석열정부에서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뒤 지난해 8월 부임했다. 박 대사는 새 정부 들어 주요 공관장에게 내려진 이임 지시에 따라 오는 14일 귀국할 예정이다.

 

박 대사는 “정권 교체 후 제가 그만두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2주 이내에 귀임하라는 지시는 나라를 위해서도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특히 일본 같은 나라는 신세 진 사람한테 이임 인사를 하는 것이 적절한 예의인데 시간이 촉박해 선별적으로 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며 “대사가 없다고 일이 안 돌아가는 건 아니지만 관료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판단을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 할 때가 있는데 대사 장기 공백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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