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달 관련 영상 조회 수십만 달해
2024년 전국 경찰청 3000여건 보고
2025년 상반기 조폭 사범 70% 30대 ↓
사행성 범죄도 4년 새 200% 급증
“자극 콘텐츠에 경각심… 예방 필요”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한 영상에는 팔부터 등까지 이레즈미(入れ墨·조직 폭력배들이 많이 하는 일본 문신)를 한 건장한 체격의 젊은 남성들이 거리 한복판에서 주먹다툼을 벌이는 모습이 담겼다. 20~30대가 주축인 이른바 ‘MZ(1980년대 초~2000년대 출생) 조폭’들이 제작해 올린 영상이다. 이들은 주로 물건을 걷어차고 부수거나 특정 대상에 욕설을 퍼붓는 자극적인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의 후원을 유도한다. 유튜브에 ‘#건달’을 검색하면 이런 영상이 6000여개나 검색되는데, 조회수가 수십만 회를 넘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 유튜브에서 MZ조폭들이 제작해 올린 영상이 증가하면서 경찰이 이들 영상에 대한 관리에 나섰다. 이들의 영상이 단순 재미나 흥미를 유도하는 것을 넘어 자칫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2023년 하반기부터 전국 시·도 경찰청을 통해 MZ조폭들의 유튜브 채널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들이 불법행위를 했을 때 즉시 조치하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만 3000여개의 MZ조폭 영상이 모니터링됐고, 올해 상반기에도 1300여개 영상이 전국 시도청에서 보고됐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행위를 빨리 처벌해야 하기 때문에 시도청별로 관리 대상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불법행위 장면들이 계속 노출되면 악영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문제되는 장면이 있으면 플랫폼 사업장에 요청해 삭제 조치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폭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유튜브, 사행성 도박 등 디지털 영역에 진출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경찰이 지난해 검거한 조직폭력 사범 3161명 중 10~30대는 70.9%(2242명)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중 검거된 조직폭력 사범 2097명 중 69.2%(1451명)도 10~30대였다.
MZ조폭들은 주로 자극적인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의 후원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건을 걷어차고 부수거나 특정 대상에 욕설을 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한 MZ조폭이 지인과 술을 마시는 방송을 하다가 같이 출연한 지인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경찰이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발견해 검거했다.

MZ세대가 정보통신기술(ICT)에 친숙한 만큼 조폭들의 범죄 행위도 다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폭력, 갈취 조직폭력 범죄는 2020년에 비해 각각 19.0%, 52.9% 줄었지만 사행성 범죄는 208.6%나 급증했다. 경찰은 이들이 자금세탁, 불법도박, 불법사금융 등 범행을 공모하거나 태국 등 동남아 일대로 넘어가 보이스피싱 같은 조직적 범죄에 관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과거 조폭은 지역을 설정해놓고 음지에서 갈취하는 형태였다면 요즘은 조폭의 목적 지향이 뽐내고 자랑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조직원을 모으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폭력성이 잘못 소비되고 있다”며 “플랫폼을 비롯해 시청자들도 이런 콘텐츠들에 경각심을 갖고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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