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빨랐어
바다와 공중의 날치들
앙상하고 매끈한
가슴지느러미는
물결이거나 빛을 한껏 품고 간다네
저보다 더 많은 힘과
저보다 더 성급한 마찰음이
물을 튕기면서
허공의 힘줄을 움켜잡으면서
만 개의 푸른 뼈를 뱉어내면서
날치 떼의 방언은 씨줄과 날줄처럼
모든 것을 생략하고도 엉키지 않는다네
공중으로 날아올랐다가
다시 수면에 닿으면서
등뼈부터 먼저
물의 건축에 도착하는
소란과 고요의 일시 정지
날치가 산란할 때
흰긴수염고래 무리의 항해도 시작되었어
-시집 ‘습이거나 스페인’(문학과지성사) 수록
●송재학
△1955년 경북 영천 출생. 1986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얼음시집’, ‘살레시오네 집’, ‘푸른빛과 싸우다’,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기억들’, ‘진흙 얼굴’, ‘내간체를 얻다’, ‘날짜들’, ‘검은색’, ‘슬프다 풀 끗혜 이슬’, ‘아침이 부탁했다, 결혼식을’ 등 발표. 소월시문학상, 전봉건문학상, 목월문학상 등 수상.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