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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힘 [詩의 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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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12 06:00:00 수정 : 2025-07-10 20: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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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

재빨랐어

바다와 공중의 날치들

앙상하고 매끈한

가슴지느러미는

물결이거나 빛을 한껏 품고 간다네

저보다 더 많은 힘과

저보다 더 성급한 마찰음이

물을 튕기면서

허공의 힘줄을 움켜잡으면서

만 개의 푸른 뼈를 뱉어내면서

날치 떼의 방언은 씨줄과 날줄처럼 

모든 것을 생략하고도 엉키지 않는다네

공중으로 날아올랐다가

다시 수면에 닿으면서

등뼈부터 먼저

물의 건축에 도착하는

소란과 고요의 일시 정지

날치가 산란할 때

흰긴수염고래 무리의 항해도 시작되었어

 

-시집 ‘습이거나 스페인’(문학과지성사) 수록

 

●송재학

△1955년 경북 영천 출생. 1986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얼음시집’, ‘살레시오네 집’, ‘푸른빛과 싸우다’,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기억들’, ‘진흙 얼굴’, ‘내간체를 얻다’, ‘날짜들’, ‘검은색’, ‘슬프다 풀 끗혜 이슬’, ‘아침이 부탁했다, 결혼식을’ 등 발표. 소월시문학상, 전봉건문학상, 목월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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