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급여 부담에 고용보험 4조대 적자
고용보험의 재정 건전성 문제가 계속되는 가운데 김영훈 고용부 장관 후보자가 출산·육아휴직급여를 고용보험기금에서 분리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모성보호 지출 재원에서 정부 일반회계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기존 고용노동부 입장보다 한 발 더 나간 것으로 평가된다.
10일 김 후보자 측이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질의 답변서에서 김 후보자는 “고용부 장관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모성보호 지출 재원을 일반회계로 전환해 장기적인 고용 보험기금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수단인 모성보호 급여에 대한 일반회계 부담이 재정 안정화의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필요시엔 공자 기금 예수금 차입, 실업급여 지출의 효율적 관리 등 다양한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부연했다.

출산·육아휴직 급여 예산은 크게 고용보험기금 내 실업급여 계정과 일반회계전입금으로 나뉜다. 문제는 출산·육아휴직 급여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는데 중앙 정부 예산인 일반회계전입금 비중은 크게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에 고용보험 재정 상태도 좋지 않아 총체적인 재정 건전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고용보험기금의 실적립금은 적자 상태다. 실업급여 계정의 적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올해 더 불어났다. 지난해 말 적립금은 3조5941억원,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려온 돈(예수금)을 제외하면 순적립금은 약 -4조1267억원었다. 올해 5월 기준 적립금은 3조4357억원, 실적립금은 -4조2851억원이 됐다.
육아휴직 급여 등이 확대됐는데도 정부 예산에서 모성보호지원을 명목으로 지원한 예산 비중은 뒷걸음질 쳤다. 모성보호 예산에서 일반회계 전입금 비율은 지난해 16.0%(4000억원)에서 올해 13.7%(5500억원)로 줄었다. 1500억원이 늘어나긴 했으나 육아휴직 급여 확대분에 비하면 적은 규모다.
김 후보자가 모성보호 지출 재원을 일반회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고용보험 개편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고용부가 개최한 ‘고용보험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도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이 문제를 지적했다. 모성보호 계정을 별도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는 숙제로 남아있다.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는 받지 못하는 육아휴직 급여를 위해 정부가 예산을 대폭 투입하는 게 맞냐는 논란도 일어날 수 있다. 2023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저출산 분야 현안 분석 및 정책 발굴을 위한 심층 연구’에서 19~49세 남녀 2000명 중 저출생 문제에 정부 예산 투입과 관련해 세금을 증액해 마련해야 한다는 응답(중복 응답)은 13.4%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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