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 발달 속 살아남으려면
인간은 공감·협업 능력 키워야
집단지성 통한 문제 해결 노력을
세상이 그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워진 느낌이다. 미국의 새로운 관세 정책으로 세계 각국의 경제가 출렁이고 있을 뿐 아니라, 곳곳에서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국가 간 충돌이 늘어나고 있으며,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사회 안에서 노동과 생산, 창작의 영역이 더 이상 인간의 영역이 아닌 기계의 영역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렇게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청년 세대의 불안과 정신적 혼란이 급증하고 있고 그 기저에는 앞으로 우리가 살게 될 세상이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급증이 있다. 이러한 예측 불가의 세상을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세계경제포럼이 주최하는 제16차 Annual Meeting of the New Champions 국제 포럼에 다녀왔다. 매년 겨울에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 포럼의 자매 버전으로 여름에 열리기에 ‘서머 다보스’라 불리는 이 포럼에서는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분야의 리더들이 모여 바로 이러한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들에 대한 다방면의 논의가 이루어졌다. 올해의 주제는 ‘새로운 시대의 창업가정신(Entrepreneurship for a New Era)’이었는데,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 수 있게 할지에 대한 논의가 많이 오고 갔다.

먼저 AI 기술이 가져오게 될 세상의 변화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존재했다. 한편으로는 미국과 중국 양국의 AI 기술 패권이 뒤집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이기에 양국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혁신 경쟁과 갈등의 상황을 당분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대두되었지만 반대로 AI 기술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교육과 정보화의 혜택을 받게 되고 중동이나 동남아, 아프리카와 같은 곳에서 새로운 비즈니스와 시스템이 생겨나며 전 세계의 변화를 주도하게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무엇보다 앞으로 20년 안에 일어나게 될 전 세계 인구 변화가 흥미로운 시사점인데, 미국과 중국, 한국, 일본 그리고 유럽 등은 모두 빠르게 인구 고령화를 맞이하게 되는 반면, 인도와 파키스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그리고 나이지리아와 같은 나라들이 전 세계 젊은 청년 세대 인구의 과반을 차지하게 될 때 혁신의 축은 이동할 거라는 관점이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경쟁에 맞설 수 있으려면 이 둘을 제외한 다른 국가 간 협력과 연합이 점점 중요해질 텐데 바로 이 포인트에서 대한민국이 Bridge-Builder로서 AI 기술협력을 이끌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겠다는 시사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참여한 세션은 두 개였는데 ‘Social Robots & I’라는 세션에서 “AI 시대의 미래에 우리는 어떠한 뇌가 필요한가(The Brain in the Future Era of AI)”라는 발표를 했고, ‘Unlocking the New Brain Economy’라는 세션에서 “뇌과학은 어떻게 AI 시대의 미래에 기여하고, 뇌과학을 기반으로 한 어떤 새로운 비즈니스가 가능해질 것인가”라는 주제로 미국, 중국, 카타르의 전문가들과 패널 토론을 했다.
전 세계가 분열되고 갈등이 늘어나는 원인은 우리가 AI 시대에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필요로 하나 아직은 교육과 의료, 국가 운영을 총괄해 새로운 시대에 맞춰진 새로운 시스템이 나오지 않았고, 전환기에 일어나는 혼란이 큰 이유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우리는 AI 기술의 발전을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AI 기술을 인간이 어떻게 사용하고, 우리의 뇌가 AI와 어떻게 공존할 수 있게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는 포인트에 많은 공감이 있었다. AI 시대에 더 필요한 뇌는 인간과 인간을 연결할 수 있는 공감과 협업 능력이 뛰어난 뇌라는 부분이 모두 동의했다. 우리는 혼자 살아남을 수 없는 사회적 존재로 진화했다. AI의 시대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집단지성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고 문제를 해결해 가는 뇌와 뇌의 연결이 중요하다.
인간의 뇌는 AI를 인간과 동등한 지능과 의식을 가진 존재로 받아들이고 함께하게 될 것인가, 아니면 기계적 지능의 알고리즘 작동 방식이 우리의 사고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인간을 AI에 의존적으로 만들게 될까. 아직 답은 알 수 없지만, 결국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AI 기술을 사용할지에 대해 인간을 중심에 놓고 보다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
장동선 궁금한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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