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아 10명 중 1~2명은 ‘만성 복통’을 겪을 정도로 흔하다. 특히 4~6세의 어린 아이들이나 청소년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가장 높은 빈도로 발병한다. 그러나 증상이 약하거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기 때문에 막상 병원을 찾기엔 주저하게 된다.
10일 소아의 만성 복통과 관련해 어떤 증상이 있을 때 주의해야 하는지 최호정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에게 알아봤다.

―소아의 만성 복통이란.
“먼저 배 아픈 우리 아이의 증상이 급성인지 만성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수일 이내에 시작돼 즉각적인 진단과 치료를 필요로 하는 급성 복통과 다르게, 만성 복통이란 복통의 지속이나 반복이 최소 2개월 이상 경과하고 또 정상적인 활동에 영향을 주는 경우에 사전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
―복통은 왜 발생하나.
“가스가 차거나 당겨지거나 눌려지거나 꼬임으로써 장이 늘어났을 때 통증으로 느끼고, 염증이 생기거나 혈액공급이 잘 되지 않을 때 허혈이 일어난 부위에서도 분비되는 여러가지 화학물질에 대한 반응으로 통증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신호가 시작됐을 때, 그것을 통증으로 느낄지를 말지를 결정하는 역치 값은 사람마다 매우 편차가 크다. 흔히 장-뇌 축(gut-brain axis) 이라고 알려지며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개념에 따르면, 어떤 아이들은 장에서 발생한 정상적인 자극에 대해서도 뇌로 가는 잘못된 신호에 의해 정상 신호를 잘못 해석함으로써 병이 없는데도 통증으로 인지하기도 한다. 위장관염을 앓은 후에 만성 복통이 시작되는 경우도 흔한데, 위장관염으로 발생한 신경학적인 과민성에 의해 최초의 트리거가 됐던 감염이 완전히 호전되고 난 뒤에도 만성적인 통증이 지속되기도 한다. 병이 없는 정상적인 장에서도 통증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을 꼭 찾아야 할 때는.
“소아에서의 만성 복통은 10-15% 에서만 기질적인 원인이 발견되며, 대부분은 병이 아닌 기능성 복통이다. 즉, 병적이지 않은 정상적인 상황에 대한 내장의 과민 반응과, 아직 미숙한 장운동의 기능 장애가 주된 원인이다. 다만 동반된 증상들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데, 그 중에서도 즉각적인 검사 혹은 치료를 필요로 할 수 있는 중요한 ‘경고 증상’을 꼭 체크해 봐야 한다.”
―경고 증상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
“복통이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있으면서 이로 인해 잠에서 깰 정도일 때, 간담도계 질환을 시사하는 지속적인 우측 윗배 통증이나 급성 맹장염을 시사하는 오른쪽 아랫배의 통증이 있을 때, 녹색 담즙이 섞인 구토가 있거나 원인불명의 발열이 장기간 동반될 때, 빈뇨, 혈뇨, 잔뇨 등 비뇨기계 문제를 고민해보아야 하는 배뇨증상이 있을 때, 만성적인 심한 설사나 피가 섞인 대변을 동반할 때, 의도하지 않은 체중감소가 있거나 성장 속도가 갑자기 둔화될 때, 위장관 염증질환이나 소화기질환의 가족력이 있을 때에서는 바로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원인 질환을 찾기 위한 검사와 치료는.
“검사는 기본 검사와 특수 검사를 비침습적 검사에서 침습적 검사 순서로 진행한다. CBC, ESR, CRP, 일반화학검사와 같은 혈액검사, 기생충, 세균, 바이러스, 칼프로텍틴 등을 포함한 대변검사, 필요에 따라서는 단순 복부 X선 촬영, 복부 초음파,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 (CT), 위장관 조영술을 시행할 수 있다. 또한 염증성 장질환이나 궤양이 의심된다면 최근에는 소아 수면 내시경도 내시경 시설을 갖춘 대학병원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만성복통에 대한 치료는 그 원인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음식 과민 위장관 질환이 의심된다면 경구 약제와 함께 원인 음식을 찾고 제거하는 식이 교육을, 만성 변비가 원인이라면 장기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경구 약제와 생활 습관의 변화에 대한 교육을, 만성 감염이 원인이라면 그에 대한 항생제나 제균 치료를, 혹은 췌장염이나 담관 질환이 있다면 그 원인을 찾고 치료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소아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도 반드시 감별되어야 할 중요한 질환이며 진단 후에는 스테로이드나 각종 면역조절제, 면역억제제 치료가 증상의 호전과 장기적 예후 개선에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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