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실세 봐주고 野 인사 등에겐 날 선 칼
악의적 언론 플레이에 별건·과잉 수사까지
‘해체 수준 개혁’ 표방한 정부, 약속 지키길
더불어민주당이 7일 ‘정치검찰 조작 기소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며 이재명정부의 검찰 개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등 핵심 피고인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안까지 ‘조작’이란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렇더라도 과거 윤석열정부 시절 일부 친윤(친윤석열) 검사들이 보인 행태를 감안할 때 정치검찰의 폐해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이 대통령이 지난 3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기소를 위해서 수사하는 사례가 더 악화됐고, 심해졌고, 나빠졌다”며 검찰 개혁을 “자업자득”이라고 규정한 것은 적절한 인식이라고 하겠다.
정치검찰의 폐단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수사다. 서울중앙지검은 2020년 4월 “김씨가 주가 조작에 개입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윤 정부 시절인 지난해 10월 중앙지검은 ‘김씨가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올해 4월 윤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파면을 당한 직후 서울고검은 중앙지검의 무혐의 처분을 뒤집고 직접 재수사에 나섰다. 그로부터 불과 1개월 만인 5월 김씨의 주가 조작 가담 정황을 뒷받침할 육성 녹음 파일이 확보됐다. 지난 4년 6개월 동안 중앙지검 수사팀은 도대체 무엇을 한 건가. 무혐의 처분 당시의 이창수 중앙지검장이 윤 전 대통령과 가까운 친윤 검사라는 점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심우정 검찰총장,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 등이 줄줄이 사표를 내고 물러났다. 심 전 총장은 윤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7년 그 밑에서 형사1부장을 지낸 인연이 있다. 신 전 지검장도 윤 전 대통령이 중앙지검장이던 시절 형사3부장을 맡았고, 2022년 윤석열정부 출범과 동시에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둘 다 검찰 내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핵심 구성원으로 친윤을 넘어 ‘찐윤’으로까지 불렸다. 이런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 본인이나 부인, 측근 등의 각종 비리 의혹에 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을 리 만무하다. 반면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는 야당 인사 등을 겨냥한 수사는 집요하다 못해 가혹하기까지 했다. 일단 기소해 법정에 세우기만 하면 그 뒤 재판에서 무죄가 나오더라도 상관없다는 식의 ‘망신 주기’식 표적 수사가 난무했다.
무엇보다 서울남부지검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관련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신 전 지검장의 지휘 아래 남부지검은 악의적 언론 플레이, 별건 수사, 과잉 수사를 통해 가정연합의 명예를 크게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가정연합과 무관한 단체가 YTN을 사들이려 시도한 것을 두고서 마치 가정연합이 YTN 인수를 위해 부당한 로비라도 벌인 양 곡해했다. 가정연합이 2000년부터 추진 중인 유엔 제5사무국 국내 유치는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25년간 유엔을 상대로 끈질기게 노력했어도 성과가 미진한데 우리 정부에 청탁한다고 해결될 일 같은가. 기초적 사실관계조차 틀린 내용이 남부지검 수사팀에서 외부로 마구 유출되는 가운데 가정연합 신도들은 극심한 고통과 모욕감을 느껴야 했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법무부·검찰의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강조했다. 이후 모든 정권에서 검찰 개혁을 추진했으나 뚜렷한 결과물은 없었다. 검찰은 대통령과 집권당이 바뀌면 그 반대 진영에 날카로운 비수를 들이대 새 정권을 기쁘게 하는 방식으로 생존을 이어 왔다. 이는 진보 성향의 노무현, 문재인정부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이재명정부가 ‘검찰을 아예 해체하는 수준의’ 검찰 개혁 추진을 공언한 만큼 반드시 유의미한 성과를 도출하길 바란다. 그 출발점은 검찰 내부에 더 이상 정치검찰이 발을 못 붙이게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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