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실기… DS 부문은 1조원대 그칠 듯
재고 1조 충당금 선반영 실적 하락 키워
하반기 메모리 업황 회복… 수익 개선 전망
삼성전자 “개선된 HBM 제품 출하 진행”
증권가 “가격 상승구간 D램이 견인할 듯”
고대역폭메모리(HBM) 실기(失機)에 미국의 중국 견제가 겹치면서 삼성전자가 2분기 4조원대로 내려간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리스크를 털어내기 위해 미래 예상되는 손실 약 1조원도 미리 실적에 반영해 하락 폭이 더 컸다. 다만 개선된 HBM 제품이 현재 고객별로 평가와 출하가 진행 중이고 비메모리 사업도 하반기 가동률 개선으로 적자 축소가 예상되는 만큼 바닥을 다지고 향후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재고 충당금 1조원 선반영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4조6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94%, 1분기보다 31.24% 감소한 수치다. 매출은 74조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0.09% 줄고, 1분기 대비 6.49% 감소했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23년 4분기(2조8247억원) 이후 6개 분기 만이다.
실적 부진은 HBM 경쟁에서 뒤처진 것과 미국이 인공지능(AI) 반도체의 대중(對中) 수출을 제재한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아직 HBM ‘큰손’인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생태계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개선된 HBM3E(5세대) 12단으로 품질 테스트를 받는 중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1위 자리를 내준 데다 미국 마이크론의 거센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기 위해 첨단 AI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변수다. 비메모리 사업(파운드리)은 중국 고객사향 제품 판매에 제동이 걸리면서 라인 가동률을 낮췄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부진이 계속되자 삼성전자는 ‘리스크 털어내기’ 차원에서 재고자산 평가손실 충당금을 2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업계에서는 DS부문의 재고평가 충당금을 1조원 안팎으로 추산한다.
재고평가 충당금은 재고가치 하락분을 선반영하는 개념으로, 메모리 부문에서는 HBM3E 12단 개선제품 이전 HBM 제품 등의 가치 하락이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파운드리도 향후 미국 정부의 제재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중국으로 수출해 온 제품 재고를 충당금으로 일찌감치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잠정실적을 발표하면서 “메모리 사업은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과 같은 일회성 비용 등으로, 비메모리사업은 첨단 AI 칩에 대한 대중 제재로 판매 제약 및 관련 재고 충당이 발생했으며 라인 가동률 저하가 지속돼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설계)를 포함한 비메모리 부문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고 낸드 실적도 부진했다.
◆하반기 반등 기대
스마트폰 등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도 2분기에는 갤럭시 S25 출시 효과가 줄어들었다. TV와 가전 사업도 수요 위축이 길어지는 데다가 중국발 시장 경쟁 심화로 인한 비용 증가가 겹쳐 수익성이 둔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등에 25%의 품목 관세를 부과한 것과 시장 불안정, 환율 하락도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증권가에서는 DS 부문의 영업이익을 1조원대로 예상한다. 다른 사업부 영업이익 전망치는 MX·네트워크사업부 2조원대, 디스플레이 6000억∼7000억원, TV·가전 4000억∼5000억원, 하만 3000억∼4000억원 등이다.
시장에서는 메모리 업황 회복 등으로 하반기에는 삼성전자의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과 디스플레이도 성수기에 진입한다.
삼성전자는 이날 “개선된 HBM 제품(HBM3E 12단)은 고객별로 평가 및 출하가 진행 중”이라며 “비메모리사업은 하반기는 점진적 수요 회복에 따른 가동률 개선으로 적자 축소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D램은 업황의 수급 밸런스가 안정화하면서 가격 상승 구간으로 진입했기 때문에 출하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 방향성이 명확해 전사 실적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주주가치 제고 및 임직원 주식 보상을 목적으로 총 3조9119억원 규모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내건 자사주 10조원어치 매입 계획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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