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혁신위 통해 혁신형 전대” 강행
권영세·권성동 “安 자리욕심·비열” 반발
安 “김문수·한동훈 함께 혁신 경쟁하자”
조경태, 당헌 개정 등 혁신 아젠다 공개
당권 주자들간 ‘혁신안 경쟁’도 본격화
안철수 의원의 혁신위원장직 사퇴로 좌초 위기에 몰린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새 수장 찾기에 나섰다. 출범 동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는 혁신위를 통한 쇄신작업을 예정대로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안 의원이 ‘쌍권’(권영세·권성동 의원)을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하며 정면 충돌한 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 당내 갈등은 ‘혁신 경쟁’을 넘어 지도부 책임론과 이를 정면 반박하는 구 지도부 측의 반발이 충돌하는 국면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와 별개로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 주자들 간의 혁신 경쟁도 가시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조속한 시일 내 신임 혁신위원장을 모시고 당의 쇄신을 이끌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송 원내대표는 안 의원의 혁신위원장직 사퇴에 대해 “당의 변화와 쇄신을 바라보고 계신 당원 동지들과 국민 여러분께 혼란을 드려 송구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린다”고 덧붙였다.

전날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한 지 닷새 만에 전격 사퇴하고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안 의원은 자신의 인적 쇄신 요구를 송 원내대표가 불수용했으며, 혁신위원 인선 과정에서 의견 불일치가 생긴 점을 사퇴 이유로 들었다. 안 의원이 전임 지도부인 ‘쌍권’(권영세·권성동 의원)을 지목해 인적 쇄신 조치를 요구하자 송 원내대표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위 출범부터 난항을 겪자 당 안팎에서는 “혁신위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이 각자의 혁신안을 발표하기 시작하면서 혁신위는 말뿐인 혁신안만 쏟아내는 데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혁신위를 통해 ‘혁신형 전당대회’를 만들 수 있다는 복안이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원대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 눈높이에 맞고,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혁신안을 만들어서 전당대회 이후 구성되는 지도부에 제출할 것”이라며 “혁신위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혁신안들이 이번 전당대회를 ‘혁신형 전대’로 이어나가게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새 혁신위원장 후보군에는 원외 인사도 포함된다. 박 대변인은 “저희가 생각한 혁신 동력이 소실되지 않게 노력을 이어가겠다”며 “원내·외 구분 없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분을 (신임 혁신위원장으로) 모시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혁신위원도 추가 임명할 계획이다.
◆당권주자 간 ‘혁신경쟁’ 본격화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한 당권 주자들은 이미 ‘혁신안 경쟁’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김문수 전 대선후보와 한동훈 전 대표를 향해 “전당대회에 함께 출마해 당의 혁신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자”고 촉구했다. 안 의원은 “국민의힘에 독소같이 퍼져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실정과 계엄 잔재를 일소하고, 당원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대안을 따져보자”며 “안철수, 김문수, 한동훈의 혁신이 무엇인지를 가지고 국민과 당원 앞에서 경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전대 출마를 선언한 6선 조경태 의원도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당헌·당규 전면 개정, 인적쇄신위원회 설치, 공천 혁신 등을 골자로 하는 ‘6대 혁신 아젠다’를 공개했다. 조 의원은 책임 있는 인사에 대해 정치적인 책임을 요구하고 쇄신 공론장을 만드는 독립기구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출마 결심을 굳힌 양향자 전 의원도 이날 통화에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지방·하부조직 개편이 가장 중요하다”는 혁신 구상을 전했다. 양 전 의원은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특정인을 겨냥해 찍어내듯이 하는 방법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安 ‘청산’ 요구에 ‘쌍권’ 공개 반발
안 의원이 혁신위 최우선 과제로 전임 지도부를 겨냥한 인적 쇄신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공개 반발했다.
권 전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소위 ‘쌍권’을 표적 삼아 인적 청산을 외치면 당대표 당선에 유리하다는 무책임한 제안을 안 의원이 자리 욕심에 매몰돼 받아들인 것”이라며 “혁신위원장이라는 중책을 자신의 영달을 위한 스포트라이트로 삼은 것은 그 자체로 혁신의 대상”이라고 꼬집었다.
권 전 비대위원장도 전날 “일부 인사들이 자신의 이익 추구를 마치 공익인 양, 개혁인 양 포장하며 당을 내분으로 몰아넣는 비열한 행태를 보이는 점은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안 의원을 질타했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언론 인터뷰에서 이 같은 지적에 “(혁신위원장직 사퇴는) 애초 계획된 것이 전혀 아니다”며 “그런 계획이었다면 처음부터 전당대회를 나간다고 하지 왜 이런 수순을 밟겠느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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